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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25. 라이온킹은 실화가 맞지만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시사 IMPACT 2025. 1.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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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바샤로

수도 나이로비로 돌아온 다음 날 오후 10시, 하준이가 나이로비로 왔다. 나의 첫 여행지인 이집트 다합에서 만난 친구로, 한 달 동안 같이 게스트 하우스 스탭으로 일했다. 이집트를 떠날 당시 “나중에 또 보자!”라고 말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 반가운 얼굴에 낯선 나이로비가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준이는 나이로비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내가 있는 숙소로 왔다. 그런데, 한 명을 더 데리고 왔다! 공항에서 중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얘도 신세가 비슷한 배낭여행자였던 것. 나이로비의 밤거리는 위험하기 때문에 동행이 있는 편이 안전했고, 일단 숙소까지 같이 택시를 타고 왔다. 당시 20살이었던 중국인 친구는 우리와 2박 3일을 동행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는 걸로.


다음날 정한 우리의 목적지는 나이바샤. 나이로비에서 2시간 거리로, 호수와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도시다. 우리의 목표는 나이바샤 호수를 건너 크레센트 아일랜드에 들어가 워킹 사파리를 하는 것! 워킹 사파리는 말 그대로 ‘걷는 사파리 투어’인데, 크레센트 아일랜드엔 초식 동물이 살고 있어 별도 안전 장비 없이 자연 그대로를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저렴하다. 흔히 알고 있는 자동차를 타고 초원을 달리는 사파리는 한화로 50만 원이 넘는다. 반면 워킹사파리는 단돈 3만 원! 저렴해서 고른 건… 맞다. 그렇지만 뭐, 열심히 걷고 열심히 느끼면 되지! 그렇게 마타투를 타고 나이바샤로 향했다. 

#라이온킹은 실화다

나이바샤에 내렸다.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곧바로 호수로 향했다.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 아프리카 사파리 탐험!

호수에는 하마가 산다. 커다란 회색 덩어리가 아기 덩어리와 함께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다. 신기하긴 한데, 하마는 옛날에 한국 동물원에서도 봤으니까 패스! 이번엔 펠리컨이다. 흰색 털에 노랑 부리가 달려있는데 눈동자가 엉뚱하게 생겼다. 뒤에 배경은 분명 자연스러운데, 얘 혼자만 사인펜으로 그려놓은 느낌. 크기는 통기타 정도? 요상하고 거대한 녀석이 강물에 둥둥 떠다니니 확실히 아프리카이긴 한가보다.


그렇게 10분을 달려 크레센트 아일랜드에 도착한 우리는, 현지 가이드와 함께 섬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시작은 타조, 그다음은 원숭이. 이후로 기린, 임팔라, 물소, 가젤이 눈앞에서 걸어 다니고 있더라. 참고로 가젤은 엉덩이에 M자 무늬가 있으면 수컷이고 없으면 암컷인데, 이게 바로 보일 정도로 정말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만난 야생의 얼룩말! 얼룩말은 겁이 많고 심성이 고약해서 양식에 실패한 종인데, 또 순하긴 순하다. 슬금슬금 다가가 얼룩말과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서 본 얼룩무늬는 정말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선명했고, 그 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워킹 사파리 투어를 마친 우리는, 헬스 게이트(Hells Gate) 국립 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선 자전거를 타고 투어를 할 수 있었는데, 크레센트 섬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광활한 평야가 펼쳐진 곳! 이번에도 가이드를 따라 섬을 둘러보며 품바와 버팔로를 만났고, 라이온킹의 배경이라는 바위산에 가서 기념 사진도 찍으며 투어를 마무리했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

아프리카 사파리! 아주 순수한 시간을 보냈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 근심 걱정이 전혀 없었고, 새로움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 경험이, 내가 바라는 ‘여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의 초점이 유명하고 멋진 장소를 ‘보는 것’에 맞춰져 있다면, 여행은 그 장소 속에 있는 ‘나’를 관찰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투어를 통해 느낀 건… 재밌네! 딱 이거 하나. 분명 행복했지만,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지는 못했다.

아, 하나 있구나. 투어 동안 같이 다녔던 우리 중국인 친구 J! 그의 독특한 행동과 다소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흥미롭기도, 때론 답답하기도 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건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차마… 유쾌한 경험이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소개글] 서성구는 만 28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집트, 아프리카 케냐, 유럽을 거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그는, 현재 미국 자전거 종주를 준비 중이다. 

매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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