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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26. 중국인 친구 위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sisaimpact 2025. 1. 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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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의 등장

중국인 친구(이하 위)는, 하준이가 나이로비 공항에서 데려왔다. 케냐 입국 당시 공항에 동양인이 둘밖에 없었는데, 영어에 약한 하준이가 입국 문제로 애를 먹을 때 위가 나서서 도와준 것. 밤늦은 시간에 도착했던 터라 둘 다 빠르게 나이로비 시내로 이동해야 했고, 택시를 같이 타고 왔다.
 
나이로비 시내에 도착한 위의 첫 번째 계획은… 텐트 칠 곳을 찾는 것. 늦은 시간이라 숙소에 들어가기 아깝다고, 아무 데서나 텐트를 치고 자겠다고 했다. 나는 극구 반대했다. 밤에 나이로비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로 위험한데, 도시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고? 이건 아닌 듯!

밤늦게 도착한 친구들. 나이로비 밤거리는 스산하다

그렇게 위는 우리와 같은 숙소를 쓰게 된다. 그래도 방값이 하루 15달러로 저렴했으니까, 괜찮은 선택이지. 아무튼 우당탕 시작된 우리의 첫 만남. 위는 큰 키에 마른 몸매에 한국 아주머니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등산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다. 중간 크기의 배낭에 텐트와 깔개까지! 머리가 길어서 묶고 다녔는데, 확실히 같은 동양인이지만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스타일. 그렇게 나, 하준이, 위의 동반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 나온 중국인은 부자다

다음날 우리는 나이바샤로 향했고, 이번에도 숙소를 같이 쓴다. 시간이 애매해서 사파리는 다음날 가기로 했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위의 이야기에 따르면)해외여행을 나온 중국인은 부자다. 애초에 여권을 만드는 것도 아무나 못하고, 본인처럼 장기간 해외여행을 나오는 건 부자만 가능한 일. 부자 중에서도 나랏일을 하는 엄청난 부자와, 사업을 하는 중간 부자가 있는데, 위의 부모님은 중간 부자라고 했다. 그래서 비행깃값은 부모님이 내주셨지만,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고, 온라인에서 게임 아이템을 팔면서 용돈 벌이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감성 가득했던 저녁 식사

위는 우리랑 다니는 내내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나이로비 시내에서 휴대폰을 들고 걷는 건 ‘소매치기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개무시! 그 이유가 아이템을 팔아 용돈 벌이를 하기 위함이었구나. 꽤 대견하면서도(?) 다르단 걸 느꼈다. 정리하자면, 부모님이 부자라서 본인이 돈을 벌 필요는 없는데, 또 여행을 다니려면 어느 정도 벌기는 해야 하는. 그러니까 먹고 살 걱정은 없지만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게임으로 돈을 버는? 아무튼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유형의 사람인 건 확실!

 

#하이에나 먹이로 던져버리자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의 아프리카 여행! 부딪히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나이바샤 호수의 크레센트 아일랜드에 갔다. 워킹 사파리! 초식 동물만 살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지만, 그래도 가이드랑 상시 붙어 다녀야 한다. 그런데 위가 붙어 다니지 않는다. 위는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동물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계속 뒤처졌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지.

이후 헬게이트라는 국립공원에 갔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사파리를 돌아다니는데, 크레센트 아일랜드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우리가 비교적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사파리를 둘러봤다. 투어를 마치고 다시 입구로 돌아가는데, 위가 또 안 따라온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멈춘다. 혼자 계속 딴 짓을 한다! 문제는, 해가 지고 있다는 점. 가이드가 있다고 해도 해가 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얼른 밖으로 나가야 한다. 라고 가이드가 계속 설명했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
 
‘하이에나 먹이로 줘버리자’ 가이드가 말했다.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지만, 그만큼 답답한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위에게 추궁하니,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왜 빠르게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아 화난다. 그래서 진짜 버리고 갔다. 나중에 뽈뽈거리면서 쫓아오더라.

사파리 10년차 가이드. 마저 화나게 했던 우리의 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벽이랑 이야기하는 줄! 미디어를 통해 중국을 배웠기 때문에, 사실 이미지가 그리 좋지 못하다. 이 좋지 못한 이미지에 조금 더 확신을 더해줬던 위와의 만남. 그러나 또, 중국인이 봤을 땐 위의 행동이 합당한 거겠지? 어렵다.
 
위와의 여행은 흥미로웠다. 계속 관심이 가고 궁금했으니까 엄청난 흥미를 느끼긴 했지(좋든 싫든)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게 매번 유쾌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래도 뭐, 서로 다름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니까.

그래도 마지막엔 웃으면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소개글] 서성구는 만 28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집트, 아프리카 케냐, 유럽을 거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한 그는, 현재 미국 자전거 종주를 준비 중이다.

매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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