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의 아내가 음식을 내왔다. 주식인 우갈리와 간단한 콩볶음. 케냐 전통 차인 차이도 내왔는데, 커다란 컵에 가득 담아주었다. 아주 배부른 식사! 그런데 그릇이 3개다. 친형, 스왈리, 그리고 나까지. 아내분은 겸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통적인 가부장제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모습.
처음엔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2024년 한국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아내가 가부장제를 이유로 겸상을 하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지금의 한국에선 이게 ‘옳지 않은 것’이니까.
그러나 아프리카 케냐 시골마을에서도 이게 옳지 않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말 그대로 ‘문화와 전통’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 또한, 옛날에는 이와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과거에는 이게 ‘옳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지던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형제는 9명, 아내는 4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케냐의 가족 문화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는데, 친형과 스왈리를 제외하고 7명 더 있다고 한다. 무려 9형제! 스왈리는 9형제 중 막내였다. 어쩐지 귀여운 구석이 있더라.
더 놀라운 건, 스왈리 아버지의 아내가 무려 4명이라는 것. 그 4명의 아내가 아이를 또 열심히 낳았고, 대가족이 합치면 30명이 넘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와 같은 명절마다 대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스케일이 남다른 느낌이었다.
케냐에서 현재 일부다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전통사회에서는 여전히 일부다처제가 흔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농업이나 목축업에 종사하는 가족의 경우 많은 가족은 더 큰 노동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점까지 가져온다.
친형과 나. 직업이 선생님 답게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이런 배경을 알게 되니 스왈리 가족의 형태가 논리적으로 이해는 됐다. 그러나 한국인 서성구가 자라온 사회와는 너무나도 달랐기에, 여전히 괴리감을 가진 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친형은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 어떤 과정을 밟아 성인이 됐고, 여행을 떠나오게 됐는지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그는 멋있는 삶이라고 칭찬을 하면서, 다음에 언제든지 마을에 놀러 오라고 했다. 기회가 되면 명절에 친척들과 모이는 자리에 초대하고 싶다는 환상적인 이야기까지! 언젠가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아프리카의 ‘정’, 손님을 반기고 가진 것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오토바이로 등산하기
대화와 함께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근처 숲으로 이동했다. 이상하게 생긴 아시아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케냐 시골마을을 달리는 건 다들 처음 보는지 마을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뭔가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름 모를 아프리카 숲을 그곳도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고 있다니.
문제는, 숲이 숲이 아니었다. 밀림… 혹은 산에 가까운 느낌?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길래 한국의 포장된 숲길을 상상한 내가 바보였지. 자연 그대로의 진흙, 잔디, 돌 투성이다.
뒷자리에 탄 나의 시야
스왈리의 등을 꽉 잡고 “이즈 디스 파서블?(이거 되는 거 맞아?)”라고 연신 물었는데, 무조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넘어질뻔한 위기를 극복 후 숲안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한 거라곤, 사진 몇 장 건지고 집에 돌아가기! 돌아가는 길엔 해가 지기 시작해 더욱 강렬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속으로 ‘살려주세요…’를 100번 외친 끝에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아… 근데 재밌긴 재밌다.
그렇게 끝난 케냐 시골 of 시골 마을 당일치기 여행. 짧은 하루였지만, 케냐의 시골은 내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내가 알지 못했던 세상의 넓이를 가르쳐주었다. 그치, 이 맛에 여행하는 거지!
[소개글] 서성구는 만 27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000만원의 예산으로 대륙별로 한 달씩, 총 1년 동안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탭,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순례길 걷기, 마라톤 참가,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여러 챌린지에도 도전하고 있다.
매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