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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21. 여기에 6명이 산다고?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sisaimpact 2024. 12. 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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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놀러 가자

스왈리한테 연락이 왔다.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해? 숲으로 놀러 갈래?”. 이텐마을 헬스장에서 스왈리와 운동을 한 지 일주일이 지났던 시점. 매일 보는 소중한 친구지만, 아직 마음을 열지는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은… ‘숲…? 나를 묻으려는 건가!!!’ 

흔쾌히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준 스왈리. 이텐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마을에 친형이 살고 있는데, 마을 옆에 있는 숲이 판타스틱하다는 이야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친구를 따라 깊은 시골로 들어가는 게 약간 무섭긴 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케냐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승낙했다. 

이전에 동네 투어도 시켜줬던 스왈리. 내가 좀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아프리카 시골 IT 강국

토요일 아침에 헬스장 앞에 모인 우리. 스왈리는 친구에게 오토바이를 빌리면 된다고 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몇 분 뒤 마을 입구에서 친구를 찾아 M-Pesa로 300실링(3,000원)을 내고 오토바이를 빌렸고, 주유소에 가서 M-Pesa로 100실링을 지불해서 기름을 넣은 뒤, 친형이 사는 마을로 출발했다. 

처음으로 현지인의 일상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도 현지의 삶을 구경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여행객을 상대하는 마트, 식당, 관광지에서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케냐 시골 마을 사람들은 일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별다른 연락 없이 서로를 찾을 수 있다. 또한 IT가 발달한 덕분에 시골 마을에서도 M-Pesa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누구나 이용한다. (심지어 스왈리는 M-Pesa용 휴대폰을 따로 가지고 있었다) ‘아프리카 시골’과 ‘IT 강국’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철판으로 만든 집

시속 100km로 달렸다. 스왈리는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그의 뒤에 앉아 균형을 잡으며 레이스를 즐겼다. 심지어 둘 다 헬멧도 없이!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순간.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 시골길을 쾌속질주하는 지금 순간이 현실성이 없으면서도, ‘떨어지면 죽는다…’라는 두려움에 긴장감을 유지한 채 30분을 달렸고, 마을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마을이라기보다 건물 몇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느낌. 조그마한 집과 적당한 크기의 교회가 있었다. 교회 옆으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 잔디는 푸르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아프리카’ 하면 떠올랐던 그 공간에 도착!


스왈리의 친형은 교사로, 교회에서 15년째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교회 옆에는 철판으로 만든 작은 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친형, 아내, 아이 4명, 무려 6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여기에 6명이 산다고…?

 

집은 부엌과 방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다. 부엌 옆에는 조그마한 신발장, 그 위로는 알파벳 공부를 할 수 있는 팜플렛이 붙여져 있다. 케냐는 전통적인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동시에 쓴다. 스와힐리어는 주로 현지인들과 소통을 할 때, 영어는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교육할 때 쓰인다. 즉, 사회적으로 출세를 하려면 영어가 필수적인데,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기 힘든 환경이라 집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와 스왈리는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면대면으로 영어를 쓸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메신저를 대화를 할 때는 문제가 있다. 스왈리의 영어 메세지가 엉터리라는 것! 제대로 된 스펠링이 아닌, 발음 나는 그대로 옮겨 적는 느낌. 평생 영어를 써온 사람이 알파벳을 모른다는 게 의아했는데, 어린 시절 교육의 부재에서 온 결과라는 걸 목격한 순간이었다.  

이후 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친형의 아내가 내어온 음식을 먹으며 셋이 대화를 나눴는데… 말 그대로 문화충격. 정말이지, 나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된다.

 


[소개글] 서성구는 만 27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000만원의 예산으로 대륙별로 한 달씩, 총 1년 동안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탭,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순례길 걷기, 마라톤 참가,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여러 챌린지에도 도전하고 있다.

매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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