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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20. 아프리카 친구가 생겼다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시사 IMPACT 2024. 12.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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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2살 어린 27살. 키도 분명 나보다 조금 작은데, 다리 길이는 나의 1.5배 정도 되는 근육질의 남성. 헬스장 트레이너이자, 이텐마을에서 사귀었던 유일한 친구인 스왈리(Swalleh). 여행지를 단순히 여행하는 것과, 현지에서 현지인과 함께 살아보는 것은 명백히 다른 경험임을 느끼게 해줬다.

 

#한 달에 3만 3천 원

이텐마을 5일차, 헬스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케냐인은 헬스라는 운동을 어떤 식으로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헬스장에 다니면 자연스레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거 같기도 했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헬스장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에게 여러 번 물어본 끝에야 찾은 헬스장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건물(?) 2층에 있었다. 

두근거리며 들어간 헬스장은… 평범했다. 군대 체력단련장 조금 넓은 버전. 나름 기구들도 갖춰져 있었고, 여러 대의 러닝머신 뿐만 아니라 무동력 트레드밀도 있었다. (한국에선 비싼 기구라서 없는 헬스장도 많은데, 마라톤 마을 특성상 구해다 놓은 것 같았다) 

한 무리의 현지인들이 헬스장 중앙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길쭉한 느낌의 청년이, 트레이너 스왈리였다. 헬스 요금은 월에 2,000실링(약 2만 2천 원).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리고 PT(퍼스널 트레이닝)가격은 한 달에 3,000실링(약 3만 3천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이었다. (한국은 1회 수업에 4만 원 정도 된다) 바로 계약 완료!


#너의 것도 내 것이고, 내 것도 너의 것!

운동은 주 5회, 주말은 푹 쉬는 걸로 계약했다. 한국이랑 가장 달랐던 건, 트레이너가 회원이랑 운동을 ‘같이’ 한다. 어떻게 보면 PT수업이라기보단, 그냥 같이 파트너 운동을 하는 느낌? 아무렴 어때… 월 3만원인데!

운동 전에는 ‘우지(Uji)’라는 전통 음료를 마셨다. 미숫가루 같은 걸쭉한 느낌인데, 몸에 좋은 거라고 한 잔씩 꼭 나눠줬다. 한국 사고 방식으로는 한 잔에 얼마씩 돈을 지불해야할 거 같았는데, 역시 아니었다. 

운동 후에는 보충제를 나눠먹었다. 내 돈으로 산 보충제! 1달 헬스장 회원권이 2,000실링인데, 보충제 가격도 그정도 했다. 다 먹으면 새로 사야했기 때문에 아껴먹으려고 했는데, 사실상 트레이너 스왈리가 다 먹어버렸다. 눈치 안 보고 싹싹 긁어먹더라. 한국식 사고라면, 친구가 간식을 먹는데 “한 입만”을 시전 후 친구보다 많이 먹어버리는 느낌? 

보충제에 날계란을 섞는 모습을 본 나의 표정

문화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다. 한국은 나의 것과 너의 것이 철저하게 분리된다. 친구 사이에도 그렇고, 돈으로 계약된 관계라면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케냐에선 달랐다. 나와 스왈리는 분명 돈으로 계약된 관계이지만, 아직 ‘친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관계지만, 그냥 나눠 가졌다. 

추후 알게 된 사실로, 이는 ‘우분투’라는 아프리카의 고유 문화에서 비롯된 사고방식이라고 한다. 개인보다 공동체와 상호 의존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상 속 나눔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인 것. 그러나 한국에서 20년을 살아온 내가, 정반대의 문화를 한 번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던 거 같다. 나 외국인이라서 물주로 생각하는 건가…하고 의심했거든.  

#이 운동은 어디서 배운 거지

운동 자체는 즐거웠다. 1시간 동안 같이 땀을 뻘뻘 흘리고, 소리도 질러가면서 열심히 했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와 같은 기본적인 운동들은 한국에서 배운 것과 비슷했는데, 동작의 세부요소엔 차이가 있었다.

운동(?) 중인 우리 둘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보디빌딩’식 운동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동작의 속도보다는 자세를 중요시하며 동작을 천천히 수행한다. 그러나 스왈리의 운동방식은 전혀 달랐다. 빠르게, 최대한 많이, 될 때까지! 아프리카 전사가 될 것 마냥 숨을 헐떡거리며 헬스를 했는데, 이게 헬스라기 보다는 유산소 운동과 섞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한국에서 나름 체육을 전공한 나의 지식과는 상반되는 운동 방식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비과학적인 운동법! 스왈리는 운동을 마을 코치에게 배웠다고 했다. 그러나 뭐, 출처가 중요한가.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 됐지. 운동에 정답은 없다.

그렇게 문화적 차이를 체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스왈리와 함께한 운동은 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어느 날, 스왈리가 다른 마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한다. 고민 끝에 승낙!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스왈리의 친형이 사는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나는 또 다른 문화적 충격을 마주하게 된다.

 


[소개글] 서성구는 만 27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000만원의 예산으로 대륙별로 한 달씩, 총 1년 동안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탭,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순례길 걷기, 마라톤 참가,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여러 챌린지에도 도전하고 있다.

매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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