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의 한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에서 단 한 명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 초 청약에 나선 4개 단지 중 3곳이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하는 등 전국적인 청약 한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신규 아파트 입주율과 전망지수도 급락하며 지방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충남 천안 서북구에서 공급된 ‘천안 두정역 양우내안애 퍼스트로’는 406가구를 대상으로 한 1·2순위 청약에서 단 63명만이 신청했다. 부산 강서구 ‘부산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 역시 469가구 모집에 140명의 신청자만 나서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특별공급에 지원자가 전무한 사례까지 발생하며 지방 청약 시장의 불안을 방증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청약 부진과 함께 입주율과 입주전망지수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입주율은 79.9%로 전달 대비 2.4%포인트 감소했으며, 5대 광역시의 입주율도 67.8%로 1.8%포인트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68.4로 급락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입주율 저조와 미분양 물량 증가가 겹치며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건설업계에서는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동아건설은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증가와 입주율 저조가 이어질 경우,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연쇄적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금융권의 정책적 지원을 통한 수요 진작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세금 혜택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계약 포기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시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청약 부진과 입주율 악화는 단순한 주택 시장 위축을 넘어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조짐이다. 지방 청약 시장의 회복 여부는 주택 시장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단기적인 회복은 요원해 보이며, 정부의 긴급한 대응이 없으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