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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14. 케냐는 위험한 곳이래!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시사 IMPACT 2024. 10. 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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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나이로비


오늘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서 보냈다. 어제 나이로비 부촌(한인 게스트 하우스 부근)을 떠나 중심가의 숙소로 이동 후 생필품을 구비했는데, 이 몇 시간 동안 에너지를 다 써버린 것. 전혀 다른 환경에서 혼자 살아남는 건 역시 쉽지 않다.

먼저, 중심가로 이동하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로 우버(택시)를 불렀다. 차에 탔는데, 목적지를 확인한 기사가 실수로 우버 취소 버튼을 눌렀다. 다시 연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실패. 차에서 내린 후 새로운 우버를 불렀다.

두 번째 우버에 탑승. 기사가 목적지를 확인하더니, 길을 모르겠다고 한다. ‘아니 네비게이션 보고 가면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사가 못가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세 번째 우버에 탑승했다. 이번에는 출발 성공! 중심가로 넘어가면서 기사가 나이로비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해 줬다. 설명의 목적은… 목적지 주변이 복잡하니 숙소 근처에 내려서 걸어가는 게 낫다는 것. 그렇게 목적지 2km 전에 내려 나이로비 중심가로 걸었다.

우버 기사들이 왜 이곳을 꺼렸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은 차와 사람이 얽혀 있는 혼돈 그 자체! 특히 나의 숙소는 나이로비에서 가장 복잡한 시장 구석에 있었다. 차를 끌고 들어왔다가 그대로 갇히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것. 의아한 건, 왜 직접 설명을 해주지 않았지? 중심가는 복잡해서 못 들어간다고 말해줬다면 빠르게 이해했을 건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케냐인의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한다. 직접적인 거절보다, 조금 둘러서 말하는 문화. 꽤나 친절(?)하다고 느꼈다. 내가 미디어에서 보고 느낀 아프리카는 무자비하고 배려 없는 곳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케냐 3일 동안 만났던 현지인 모두가 친절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깨 가득 긴장감을 유지한 채 숙소를 향해 걸었다.

#휴대폰 확보 작전


첫날 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오늘 만난 우버 기사가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있다. “다른 건 괜찮은데, 휴대폰을 조심해야 해”.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서 관광객은 타겟이 되기 싶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마주한 사람이 바글바글한 나이로비 한 가운데. 특히나 누가 봐도 관광객 행색인 혼자 걷는 동양인. 나는 구글 지도를 외운 뒤 휴대폰을 잡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무서운 표정을(?) 지은 채 전진했다.

드디어 상상했던 아프리카 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늘로 우뚝 솟은 높은 건물, 그 아래 버티고 있는 수많은 낡은 점포들. 거리 한편에는 케냐에서 버스 역할을 하는 마타투가 뒤죽박죽, 그러나 나름의 체계를 유지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타투 호객꾼들이 열심히 모객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제발 나한테 말 걸지마…!’. 직전 여행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호객꾼에게 붙잡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던 기억이 선명했기 때문에, 최대한 현지인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빠르게 걸었다.

그렇게 약 1시간을 걸어 숙소에 도착. 빠르게 체크인 후 숙소에 짐을 풀었다. 케냐 여행 첫 관문을 통과한 느낌!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숙소까지 오는 데 나를 붙잡는 사람이 딱히 없었다는 점. “헬로우”하고 말을 건 사람은 있었지만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순순히(?) 길을 터줬다. 딱히 동양인을 신기해 하며 쳐다보는 시선도 느끼지 못했다. 물론, 휴대폰도 안녕했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샴푸와 같은 생필품과 간단한 먹을 거리를 사러 밖으로 나섰다. 그렇게 은행에 가서 현금을 뽑고, 마트에 들러 장을 본 뒤, 휴대폰 매장에 들러 데이터를 충전 후, 카페에 가서 간단한 식사 후 숙소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 4시간 동안, 역시나 아무 일도 없었다.

내가 ‘아프리카 나라’에 대한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케냐에서 혼자 걷기만 해도 다양한 일이 생길 거라 각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저 우리와 인종만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물론 휴대폰 소매치기와 같은 범죄가 골칫거리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조금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한 곳에 일부러 가지 않는 이상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곳.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이곳에 직접 와서 몸으로 부딪쳐본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심리적으로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고, 숙소에 복귀하자마자 지쳐 잠에 들었다)


[소개글] 서성구는 만 27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000만원의 예산으로 대륙별로 한 달씩, 총 1년 동안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탭,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순례길 걷기, 마라톤 참가,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여러 챌린지에도 도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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