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급증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은행들을 질책한 지 하루 만에 대출 만기와 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8월 29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만기를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 현재 만 34세 이하 고객에게는 최대 50년, 그 외 차주에게는 40년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나, 이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또한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기존에 제한이 없던 것을 물건당 1억원으로 제한한다.
KB국민은행은 이에 더해 신규 주택담보대출(MCI·MCG) 보험 적용을 중단한다. MCI와 MCG는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가입되는 보험으로, 이를 중단하면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구체적으로 서울 지역에서는 대출 한도가 5,500만 원, 경기도는 4,800만 원, 기타 광역시는 2,800만 원, 나머지 지역은 2,500만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민은행은 나대지 담보 대출과 타 은행 대환 전세자금 대출도 중단하며, 통장 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기존 1억~1억5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줄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8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대출 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지만, 여전히 급증하는 대출 수요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출 한도 축소와 만기 단축 조치가 가계대출 억제에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