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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정연설, 다시 반복된 ‘반쪽 국회’

정치

by sisaimpact 2025. 11. 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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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했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의 전면 보이콧으로 국회는 또다시 ‘반쪽 국회’로 기록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환호와 기립박수 속에서도 대통령 앞에 놓인 야당의 빈 좌석은 정치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10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포함한 2026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총예산은 728조 원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그러나 정책 비전보다 정치적 대립이 현장을 압도했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불참을 결정했다. 대신 검은 마스크를 쓴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꺼져라” “범죄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을 향해 항의했다. 이 대통령이 인사를 시도했지만 “악수하지 말고 그냥 가라”는 고성이 터졌고, 이후에는 “이재명식 정치탄압 폭주정권 규탄한다”는 구호가 이어졌다.

 

이 같은 장면은 3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당시 민주당이 ‘보이콧’을 선언했던 모습과 닮아 있다. 당시 민주당은 자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거부했다. 정권만 바뀌었을 뿐, 정치권의 대립 구도는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이날 연설은 약 22분간 진행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 33차례 박수를 치며 호응했고, 연설이 끝나자 일부는 ‘이재명’을 연호했다. 반면 개혁신당 소속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새 정부의 첫 시정연설에 제1야당이 참석하지 않은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연설에 앞서 열린 사전 환담 자리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작은 차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대화하고 조정하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 당부가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새로운 예산 비전보다, 협치의 부재가 더 크게 부각된 자리였다. 대통령은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지만, 여야는 서로의 존재를 외면한 채 또 한 번 정치의 단절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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