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결국 사임을 공식 선언했다. 7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해 10월 총리로 취임한 지 불과 11개월 만의 퇴진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강한 사퇴 압박 속에서 내려졌다. 자민당은 8일 의원·지부 대표 투표를 통해 조기 총재선거 실시 여부를 묻기로 했으나, 이 총리가 하루 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당의 절차는 사퇴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지지를 보내준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일 무역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야말로 후진에게 길을 양보할 때”라며 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정치적 입지는 잇따른 선거 패배로 급속히 약화됐다. 취임 직후 중의원 해산·총선을 단행했으나 비자금 스캔들 여파로 자민당은 대패했고, 이후 정치자금 문제와 ‘상품권 돌리기’ 파문까지 이어지며 지지율은 추락했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자민당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중·참 양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었다.
당내에서는 중견·초선 의원을 비롯해 내각 인사, 원로급 정치인까지 가세해 퇴진 요구가 거세졌다. 아소 다로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까지 압박에 합류했으며, 간사장 등 핵심 지도부가 연이어 사의를 밝히면서 정권 운영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자민당은 곧 새 총재 선출 절차에 착수한다. 차기 주자로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특히 다카이치 전 장관과 고이즈미 장관은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해 왔다.
다만 자민당은 현재 양원에서 모두 과반을 상실한 소수 여당에 머물러 있어, 새 총재가 곧바로 총리에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일부 야당의 협력이 없으면 정국 운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