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 단지의 입주율이 두 달째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통한 잔금 납부가 불가능해진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메이플자이’는 전체 3307가구 중 약 1950가구만 입주해 입주율이 59%에 그쳤다. 입주율 저조로 인해 피트니스센터,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은 아직 개방되지 않았으며, 식당과 카페테리아 등은 이달 중순 이후에야 운영이 가능할 예정이다. 서대문구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827가구)와 성동구 ‘청계SK뷰’도 절반가량만 입주한 상태다.
입주율 부진은 전세대출 규제와 직결된다. 정부가 수도권 내 ‘갭 투자’ 차단을 이유로 세입자의 대출금을 활용한 잔금 납부를 막으면서, 수분양자는 대출 없이 전세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임차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전세금 시세가 당초보다 12억 원 하락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한 공인중개사는 “메이플자이 전세금 시세가 약 15억 원이었으나 최근 12억 원 내려가면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금융권 대출 규제로 전세 시세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도 뚜렷하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는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중심으로 임차인을 모집하는 상황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집주인은 세입자의 전세대출 활용이 불가능해 월세 위주로 계약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규모 입주 포기나 잔금 미납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청약은 생애 최초 무주택자가 대부분 당첨되기 때문에 자금을 어떻게든 마련해 입주할 것”이라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해 입주권 포기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신축 아파트 시장은 전세대출 규제라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지만, 동시에 가격 조정과 월세 확산이라는 변화도 불러오고 있다. 입주 지연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전세 시장의 구조적 전환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