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수도권 전세시장이 극심한 불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 2년간 약 4,215만 원 상승했다. 특히 서울의 전용 84㎡ ‘국민평형’ 아파트는 평균 전세보증금이 6,000만 원 이상 올랐다. 전세난이 본격화되면서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시행과 맞물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대출자에 대해 6개월 내 전입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또한 갭투자에 활용되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차단하면서, 전세 물건의 유통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세 매물은 실제로 급감하고 있다. 서울의 전세 물건은 2년 전보다 29.1% 감소했으며, 강동구는 77.8%, 송파구는 53.2% 줄었다. 중개업소 현장에서는 "전세 수요는 많지만, 매물 자체가 없어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세난은 월세화로 이어지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월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26.6% 늘었고,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60.1%에서 63.9%로 확대됐다. 전세 수요가 밀려난 자리에는 반전세와 월세가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월세 가격은 2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전세가율도 상승세다. 2024년 12월 기준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57.1%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격차가 좁아졌음을 의미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매매가 상승률(0.42%)보다 전셋값 상승률(0.51%)이 더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급 부족은 또 다른 위기 요인이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하반기 1만 4,043가구로 상반기 대비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몰린 3분기에는 공급 공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의 순환이 저하된 상태에서 추가 매물은 줄고, 갭투자 규제로 인해 전세 낀 매매도 어려워져 매물은 사실상 ‘고갈 상태’다.
이 같은 악순환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나 중산층 무주택 가구는 "월세는 부담이 너무 크고, 전세는 구할 수 없다"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현재 전세 시장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구조적인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대출 규제, 매물 부족, 월세화 가속이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수도권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