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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년 65세, 초고령사회가 던진 과제

사설·칼럼·인터뷰

by 시사 IMPACT 2025. 8. 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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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법정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하면서 고령층의 소득 공백 해소와 청년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정년 연장과 더불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의 법제화, 비정형 근로자 보호 확대, 일·가정 양립 환경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으로 인한 ‘소득 크레바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64세 인구 415만 명 중 약 57%가 연금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득 공백에 놓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연령대에서 연금을 받은 이들은 43%에 불과했으며, 월평균 수급액은 100만 4천 원으로 생활비 충당에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의 연금 수급률은 90.9%에 달하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69만 5천 원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는 현실과 맞물려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노사 간 입장은 엇갈린다. 노동계는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을 통한 탄력적 대응을 선호한다. 정부는 노동계의 제안을 수용하되 일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연장을 택했다.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고령자 통합장려금 지원을 확대하고, 상시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에 한정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중소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년 연장과 함께 정부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2021년 69.1%에서 2024년 62.3%로 하락했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45.6%에서 41.5%로 줄어드는 등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적 차별금지 원칙을 확장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비정형 근로자 보호 역시 강화된다.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기존 법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이들을 포함하는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현행 주 15시간 이상 근로 기준에서 일정 소득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실업급여 남용을 막기 위해 고용보험 경험요율제를 도입해 사업주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노동시장 개편안도 제시했다. 주 4.5일제 도입을 유도하고, 저소득층 출산전후휴가 급여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육아휴직 허용 범위 확대, 대체인력 및 업무부담지원금 인상 등으로 육아와 일의 병행을 지원한다. 공공 아이돌봄서비스의 대상 확대와 민간 돌봄 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돌봄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다만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청년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 AI 특화 직업훈련과정 확대, 구직촉진수당 개선, 생활·주거·자산 형성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청년 고용 기회와 고령층의 소득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균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이번 정년 연장 결정은 단순히 은퇴 시점을 늦추는 차원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설계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소득 공백 해소, 고용보험 사각지대 축소, 일·가정 양립 지원 등 포괄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제도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향후 정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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