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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빚 탕감과 소비쿠폰, ‘정책의 공정성’이 신뢰를 좌우한다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5. 6.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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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민생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재정 지원에 나섰다. 특히 장기 연체된 금융채무를 탕감하는 ‘민생회복지원’과 국민에게 1인당 최대 50만 원씩 지급되는 소비쿠폰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시장에는 소비 진작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고,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반응이 일방적 지지는 아니다. “왜 벤츠 타는 카페 사장님 빚만 탕감해주고 아반떼 타는 직장인은 안 해주느냐”는 댓글이 대변하듯,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동시에 일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절약하며 살아가는 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정책 신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번 채무 조정은 단순한 구제성 조치가 아니다. 정부는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장기 연체 채권을 인수하고,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한 뒤 최대 90%까지 감면하거나 전액 소각한다. 탕감받은 이들은 다시 취업과 창업에 나설 수 있고, 이는 소비와 고용 증가로 이어져 거시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를 감면받은 국민 중 64%가 나머지 빚을 모두 갚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누가, 왜, 어떻게' 지원받는지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투명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고의 연체를 통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한편, 실질적인 빈곤과 실패의 굴레에 갇힌 채무자를 정밀하게 선별해야 한다. 빚을 갚는 사람은 억울하지 않고, 구조적 실패로 넘어지는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정책은 어느 쪽에도 신뢰받지 못한다.

 

소비쿠폰 역시 마찬가지다. 편의점과 전통시장 등 소비쿠폰 사용처를 중심으로 가시적인 매출 회복이 기대되지만, 지속적 소비 확대를 위한 고용과 소득 기반의 회복 없이는 일회성 효과에 그칠 수 있다. 더욱이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쿠폰 구조 역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실제 사용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경제 위기의 골은 때로 정책의 과감함으로 메워야 한다. 그러나 그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책이 공정해야 하고, 공정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국민은 납득한다. 정책의 효과는 숫자로 측정되지만, 정책의 신뢰는 감정으로 형성된다. 이번 민생 회복책이 단순한 돈풀기를 넘어 사회적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려면, ‘억울한 사람 없이 도와야 할 사람을 돕는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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