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유튜브 생태계에서 진보 진영의 부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들은 슈퍼챗 순위 상위를 석권하며 막대한 후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김어준, 매불쇼, 뉴탐사 등 주요 채널들은 올 상반기에만 10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고, 이는 보수 유튜브의 쇠락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올해 초만 해도 정치·시사 부문에서 슈퍼챗 상위권을 차지했던 보수 유튜브는 6월 들어 모두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1월에 전 세계 슈퍼챗 1위를 기록했던 ‘신의한수’는 현재 77위까지 하락했다. 보수 유튜버들의 하락은 탄핵 반대 집회 이후 지지 기반이 약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진보 유튜브는 윤 전 대통령 파면,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 속에서 빠르게 시청자층을 확장했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진보 유튜브 내부에서도 의견 불일치가 드러나며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대표적이다. 김어준은 “갑질 프레임의 출발부터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 후보자를 옹호한 반면, 같은 진보 성향의 ‘매불쇼’는 “거짓 해명은 아쉽다”며 유보적 혹은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언론 보도와 문자메시지 증거를 통해 강 후보자의 해명이 번복되자, 내부에서도 ‘진실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러한 엇갈린 태도는 진보 진영이 하나의 목소리로 단결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사설을 통해 “장관 자격이 없다”, “인권 부처 수장으로 부적절하다”고 단호히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가족이 직장 상사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라는 한겨레의 표현은 강 후보자의 자질 논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튜브 진보 채널의 급부상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되기도 한다. 부모 세대인 586세대가 진보 유튜브에 몰입하는 가운데, 정치 성향이 다른 2030 세대와의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젊은이는 부모의 유튜브 시청 기록을 삭제하고 알고리즘을 재구성하는 ‘알고리즘 청소’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유튜브의 진보 장악은 양적 확산에 성공했지만, 그 내부에서 내용적 균형과 비판적 자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따라 그 지속 가능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