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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텔경제학" 논란과 가스라이팅 화법, 정책 검증은 원칙과 책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5. 5. 1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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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념사진 촬영중인 이준석 후보(좌측)와 이재명 후보(우측)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제21대 대통령선거 첫 TV토론에서 벌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호텔경제학" 발언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정치인의 태도와 토론 방식까지 다시금 성찰하게 했다. 이재명 후보는 유세 중 일정 금액의 호텔 예약금이 여러 채무 관계를 순환하며 모두의 부채를 정리하는 예시를 통해 자금 유동성과 순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는 케인스식 '승수효과'에 근거한 설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를 “돈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도는 무한동력”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비유라고 비판했고, “괴짜경제학”이라는 표현으로 경제의 핵심인 생산성을 무시한 발상이라 지적했다. 이 후보의 설명이 자칫 잘못 해석될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이나 왜곡된 경제 신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단지 경제관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이 후보는 “그냥 예를 든 것”이라거나 “왜 그렇게 단순하세요?”, “이해를 못 하시는 거죠”라는 식으로 상대의 지적을 반복적으로 일축했다. 이러한 화법은 논리적 반박 대신, 비판자를 비이성적이거나 극단적인 인물로 몰아세우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적 수사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화법", "자기 무논리를 지적하면 그 지적하는 상대를 극단주의자로 몰아세운다" 등 누리꾼들의 반응이 공감을 얻고 있다. 이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떻게 유권자에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책 토론은 서로 다른 비전을 비교하고, 정책의 실효성과 구조를 따지는 자리다. 단순화된 비유는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것이 정책의 실제 설계로 오해되거나 비판을 회피하는 도구로 사용될 경우, 결국 토론의 본질을 흐리게 된다. 정치인은 비판에 진지하게 응답하고, 자신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설명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특히 경제정책은 수사나 감정이 아니라 숫자, 구조, 그리고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현실의 문제다. 돈이 어떻게 돌고, 누구의 주머니에서 어떻게 나와 다시 순환하는지를 묻는 것은 단순한 딴지걸기가 아니라, 정책의 기초를 묻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이를 “이해 부족”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의지보다 회피에 가깝다.

 

정치에 필요한 것은 말재간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정책과 책임 있는 태도다. TV토론은 말의 기술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각 후보의 국가 운영 철학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검증의 장이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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