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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H를 살리지 않고는 공급 확대도 공허하다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5. 9. 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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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본사 전경 (사진: LH)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는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탈세·투기 근절로 시장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는 분명 타당하다. 그러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할 재정적 기반에 대한 고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LH는 지금까지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며, 적자를 메우기 위해 민간 매각과 토지 판매로 재정을 확보해 왔다. 실제로 3기 신도시 등 택지 개발에서 발생한 수익이 공공임대사업의 손실을 보전하는 ‘교차지원’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LH가 없었다면, 공공임대 확대와 주택시장 안정 정책은 시작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LH는 올해 4721억 원의 영업적자, 2029년 261조 원에 이를 부채, 260%에 달하는 부채비율이라는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임대주택 한 호당 실제 사업비는 3억200만 원이지만, 정부 지원 단가는 1억9100만 원에 불과해 LH가 1억 원 이상을 떠안고 있다.

 

문제는 현 정부의 공급 확대 방안이 이러한 재정 현실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급을 늘리겠다, 도심을 개발하겠다’라는 좋은 말만 있을 뿐, 이를 위한 재정 확보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LH가 더 적극적으로 직접 개발과 임대 확대에 나서라는 요구는, 결국 이미 적자가 누적된 기관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주택시장 안정과 공공임대 확대는 중요하지만, LH를 살리지 않고는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LH의 재정적 어려움을 외면한 채 공급 확대만 강조한다면, 정책은 실행력을 상실하고 공공임대의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는다. LH가 감당해 온 적자의 현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매각으로 쌓아온 재정적 버팀목을 정책 설계에서 먼저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 확대를 외치기 전에, LH라는 주체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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