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대형 화재는 한 명의 사망자와 열한 명의 중경상자를 남긴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의 수사 결과, 방화는 60대 남성 A씨에 의해 저질러졌으며, 그는 사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화재 발생 직전 자신이 현재 거주하던 빌라 인근에서도 방화를 시도했다. 농약분사기에 인화성 물질을 담아 분사하는 방식으로 불을 지핀 그는, 그 길로 약 1.5km 떨어진 아파트로 이동해 4층 401호와 404호에 화재를 일으켰다. 그는 이 아파트 3층에 2023년 5월부터 약 6개월간 거주했으며, 당시 위층 주민과의 층간소음 갈등으로 경찰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종결되었고, 그 후 A씨는 해당 아파트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층간소음'이라는 익숙한 갈등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A씨가 실제로 층간소음 피해를 입었는지, 갈등이 범행의 직접적 동기였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아파트 관리인의 증언에 따르면, 민원 대응 차원에서 직접 소음을 확인했으나 별다른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방화 준비에 앞서 인화물질이 담긴 기름통을 오토바이에 실어 이동했고, 현장에서는 그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어머니 병원비에 보태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사건 이후 경찰은 유족과 지인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주민 11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대피 중 추락한 두 사람은 특히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고령자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의 주민들이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자주 빚었고, 욕설이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광고 방송이 들릴 때마다 창밖으로 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봉천동 화재 사건은 단순한 방화 사건을 넘어, 고립과 갈등이 누적된 개인의 절망이 어떻게 공동체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경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사회적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