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이른바 ‘트럼프 플랜’이 기밀문서 형태로 전달되었으며, 유럽 주요국 외교관들도 이를 공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제안은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사실상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 지역을 중립지대로 설정하고, 미국이 이 지역을 관리하는 방안까지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그는 이를 “해당 인프라를 보호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돈바스 등 동부 4개 점령 지역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귀속권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군 철수 요구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해석에 따라 러시아 측에 유리한 여지를 남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제한하지 않고, 어떤 국가와도 양자 안보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며 균형을 맞추려 했다.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는 “우크라이나가 이 방안을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며칠 내로 판단해야 하며, 진전이 없을 경우 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런던에서 열릴 미·우크라이나·유럽 3자 협의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 제안이 강요가 아니라 ‘논의와 피드백을 위한 옵션 리스트’라고 강조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를 맞는 가운데, 전장을 넘어 외교의 장에서도 본격적인 재편이 시작됐음을 시사하는 이번 제안은 전후 질서와 국제 안보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