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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퇴직 후 떠밀린 자영업, 50대의 생존은 위태롭다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5. 3. 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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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하는 50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 절반 가까이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제조업·건설업·유통업 등 주요 산업에서 40~50대 취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중장년층의 경제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용 시장에서 밀려난 50대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영업이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자영업으로 전환한 50대 이상 중 48.8%가 최저임금 수준(2022년 기준 월 199만444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벌고 있었다. 특히 60세 이상 자영업자의 75.8%는 최저임금 이하의 수입을 기록했다. 기존 직장에서 수십 년을 일해온 중장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절반가량은 오히려 생계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고용원이 없는 ‘1인 사업자’로 운영되며, 수익성 낮은 업종에 몰려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의 53.8%가 음식·숙박·개인서비스업 등 유통·소비자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업종은 창업 문턱이 낮아 접근이 쉬운 대신, 과당경쟁과 소비 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이다. 결국, 자영업이 고용시장의 대안이 되기보다 중장년층의 빈곤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50대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제조업의 4050대 취업자 수는 222만7000명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153만5000명으로 같은 기간 최저 수준이었으며, 건설업의 4050대 취업자는 106만9000명으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50대 취업자가 1년 전보다 9만7000명 줄었는데, 이는 40대 감소폭(-3만2000명)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제조업과 유통업에서도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통업계는 점포를 줄이며 인력 감축을 진행했고, 제조업에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검토 중이며,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5년 만에 사무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대부분 40~50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 연령층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4050세대는 한국 경제의 ‘허리’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해 떠밀리듯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미 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중장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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