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불투명.. 과거 중국·오일 메이저도 철수 한국 정부 긍정적 입장.. 가스공사 참여 가능성 막대한 투자비 부담.. 기업들 컨소시엄 구성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4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우리 정부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등 여러 나라가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하고, 그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해 연안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 길이의 수송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단 니키스키로 운반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통해 세계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으며, 한국 입장에서도 기존의 중동·미국산 LNG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어 에너지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사업 초기 비용이 64조 원에 달하는 만큼 경제성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1970년대부터 논의됐지만, 높은 사업비와 경제성 부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 2010년대 초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륨(BP), 코노코필립스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모두 철수했다. 이후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3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업이 다시 추진됐으나, 2019년 알래스카 주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을 중단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지속적으로 참여를 요청해왔다.
한국 정부는 프로젝트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26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타진했다"며 "안보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가스공사가 유력한 참여 후보로 거론된다. 가스공사는 2017년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회사(AGDC)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어 사업 경험이 있다. 하지만 현재 가스공사의 부채가 47조 원에 달하는 등 재무 상태가 열악해 대규모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들은 사업성이 불투명한 만큼 단독 참여보다는 해외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역시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일 공동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경제성이 최우선 검토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에너지 확보를 넘어 사업성이 충분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철저한 리스크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