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 약속' 전까지 군사 원조 중단 젤렌스키 거부에 "그럼 혼자 싸우라" 압박 무기 지원 중단,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력 약화 우려 유럽 지원으로 일부 충당 가능하지만 한계 뚜렷 트럼프의 초강경 외교, 동맹까지 압박
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원조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충돌 이후 내려진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구상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과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 공동 기금으로 운영하는 협정을 요구했다. 또한, 러시아의 재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배제한 채 조속한 종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군사 원조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이미 운송 중이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던 모든 미국산 무기 지원이 중단됐다. 특히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하이마스(HIMARS) 등 장거리 공격용 무기뿐만 아니라, 공중방어 시스템까지 공급이 끊기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30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미국은 12억 2천만 달러(약 1조 8천억 원) 상당의 무기를 지원했으며, 이후 추가 지원은 없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군사 장비의 55%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미국, 25%는 유럽이 지원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지원이 끊기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일부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전반적인 전쟁 수행력은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올해 초 제공한 포탄과 유럽의 추가 지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의 포병 탄약 수요는 당분간 충족될 수 있다"면서도 "올해 중반 이후로는 전쟁 수행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전략이 동맹국에도 강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대해 철저한 조건을 부여하며,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제재를 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군사 원조 중단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