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전략기획특위 2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21일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용진 전 의원이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야가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통합을 꾀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 정치권의 위기 속에서 쇄신과 중도층 확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비명(비이재명)계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나 당내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박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한 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탈락한 ‘비명횡사’ 사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박 의원이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해줘서 고맙다"며 "당내 내홍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모진 기억이 많지만, 대의명분 앞에서 사사로운 감정은 내려놓아야 한다"며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은 지금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속에 박 의원 역할 있을 거고, 앞으로 더 큰 역할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면서 "대의명분 앞에 사사로운 개인감정이 자리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국민들의 요구에 복무하는 대의명분 앞에 모든 걸 다 털고 미래로 나아가고 힘을 합쳐서 승리를 만들어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만난 것을 시작으로, 21일 박용진 전 의원,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비명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중도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의 상황을 점검하며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당 전략기획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는 당의 방향성을 두고 다양한 비판과 대안이 쏟아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강성 보수층은 국민의힘을 지지하겠지만,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이미지 변신을 강조했다. 박은식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것이 '약자성의 획득' 때문이라면서 "어젠다는 있지만 스피커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야당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만일 이재명이 아니라면 김부겸, 김동연, 김경수가 나온다면 대통령을 하라고 할 건가"라며 "행정구역과 적자공항·병원 통폐합, 행정수도 일원화 등 비용을 줄이는 어젠다를 강하게 내세워야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어젠다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좌파는 안 된다가 아니라 우파여야 된다고 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대한민국의 위기이고 보수의 위기"라며 "탄핵 정국으로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민생 경제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데 거대 야당의 여전한 입법부 독주와 무분별한 정치공세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내부에서 점차 단합이 이뤄지고 있고 국민들이 감사하게도 공감을 표시해 주시고 계시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당이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명심해야 한다"며 "더욱 유능한 정책 정당, 더 유연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때 국민들께서 더 큰 지지를 보내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