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지난해 실적 부진이 뚜렷해지고 있다. 원자잿값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대표 건설사 현대건설이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다른 주요 건설사들 역시 실적 감소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 220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7854억 원 영업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2001년 워크아웃 신청 당시 기록한 3826억 원의 영업손실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도 7364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현대건설의 실적 악화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 진행한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2020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이다. 이 손실은 지난해 실적에 반영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잠재적 손실분까지 선반영한 결과로, 향후 발주처와의 협의에 따라 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건설사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액 4조 25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5.5%, 9.9% 감소한 1846억 원, 1557억 원을 기록했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도 올해 초 발표될 실적 전망치가 밝지 않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10조 4421억 원, 영업이익 3571억 원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 6625억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GS건설과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각각 3179억 원, 2717억 원으로 전망돼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0억 원 감소했으나,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해외 사업 손실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에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국내외 건설 시장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건설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