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9년간의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영 정상화와 '뉴삼성'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AI, 로봇 등 미래 신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 해소.. 경영 복귀 박차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부정한 계획의 수립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4년여간 이어진 재판이 종결되며, 이 회장은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위기의 삼성.. 뉴삼성 가속화
지난해 삼성전자는 300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2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경쟁에서 밀리고, 모바일·디스플레이·가전 부문도 부진하면서 전사적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 신사업 점검과 위기 극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적용 AI 등 피지컬 AI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및 전장용 MLCC 사업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수요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반도체 영업 최전선으로.. 글로벌 행보 가속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 해외 고객사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연초는 글로벌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대목'인 만큼, 이 회장의 해외 출장이 잦아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앞두고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회장이 직접 파운드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유럽·아시아 등 주요 시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이나 교류회 참석을 통해 전방위적인 네트워킹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방문 여부 주목.. 정치·경제 변수 고려할 듯
이 회장의 미국 방문 여부도 주목된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가능성 등이 삼성의 글로벌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미국 방문을 신중히 검토하며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삼성" 실현 위한 시험대
이 회장이 강조해 온 '뉴삼성' 기조는 이번 위기 극복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혁신, 인재 확보, 조직문화 개편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직후 경영 전면에 나선 만큼, 삼성의 미래 방향성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