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월세가 1년 내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와 공급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특히 아파트의 고액 월세 계약이 크게 증가해 주목받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7.97로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해 1월(105.65) 대비 2.44% 오른 수치다. 연립·다세대(빌라)의 월세가격지수도 104.93으로 23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38% 오른 결과다. 오피스텔 역시 월세가격지수 101.7을 기록하며 1년 새 1.7% 상승했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고액 월세 계약이 급증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월세 500만 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1385건으로 집계됐으며, 신규 계약만 보면 1133건으로 전년(1091건) 대비 3.8% 증가했다. 이달에도 월세 500만 원 이상 계약이 23건 체결되었으며,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02㎡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100만 원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갱신됐다. 월세 1000만 원 이상 신규 계약도 두 건 성사되었는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54㎡가 보증금 15억 원에 월세 1000만 원,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02㎡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0만 원에 각각 계약됐다.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월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비아파트 인허가는 누적 3만3583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9.6% 감소했다. 착공은 3만1223가구로 21.6% 줄었으며, 준공 물량은 3만8138가구로 37.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감소세가 2~3년 뒤 빌라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전세사기로 인해 전세 수요가 위축되면서 월세 시장이 더욱 활성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월세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