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며 146일간의 짧은 임기를 마무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그는 끝내 지도부 붕괴의 책임을 안고 물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는 단호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더 이상 당 대표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말 속에는 그가 감내했을 고통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권성동 원내대표와 악수하며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회 밖으로 나서던 중 지지자들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려 “저를 지키려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는 말을 남긴 그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지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사퇴를 막아달라고 외쳤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신자”라는 거친 비난이 쏟아졌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한 대표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한 대표는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이후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지도부가 붕괴된 상황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한 대표는 “탄핵에 찬성한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사퇴는 국민의힘의 향후 행보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당헌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예정이지만, 붕괴된 당 지도부를 재건하기 위한 길은 험난해 보인다.
짧았던 임기 동안 한 대표는 당내외에서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정치적 갈등의 벽은 높았다.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보수의 정신은 끝난다”는 그의 발언은,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남았다.
한동훈의 퇴장은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반대자들에게는 허탈함을 남긴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진짜 보수의 정신”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국민의힘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