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받는 고통이 더는 방치되지 않는다. 이제 욕설이나 성희롱, 협박이 담긴 민원이나 비정상적인 반복 민원에 대해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민원인의 폭언이나 위협이 포함된 악성 민원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스스로 종결할 수 있으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민원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22일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동법 시행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5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시행령 개정안은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간 욕설이나 성희롱이 담긴 민원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응 지침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공무원이 욕설이나 협박, 성희롱 등이 포함된 민원에 대해 자체적으로 종결 처리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공무원 개개인의 고충 해소를 넘어, 행정 업무의 질적 향상을 위한 중요한 변화다.
특히, 3회 이상 반복되는 민원은 유사한 내용일 경우에만 종결할 수 있었던 기존 규정을 넘어, 그 민원의 목적이나 업무 방해 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결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이는 비정상적인 반복 민원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민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다.
전자민원창구를 통한 악성 민원 역시 이번 개정안의 주요 타깃이다. 동일한 사용자가 단기간 내에 유사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출하거나, 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행정기관의 시스템을 방해할 경우, 전자민원창구 이용이 제한된다. 또한,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민원인에게는 퇴거 조치나 출입 제한 등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
위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기관 차원에서 고발 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무원이 민원인과 법적 다툼에 휘말릴 경우, 행정기관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등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는 공무원들이 민원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보호책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악성 민원인의 폭언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민원전화 전체 녹음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폭언이 발생했을 때만 녹음이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통화 시작부터 끝까지 녹음이 의무화된다. 이는 민원인의 폭언이나 협박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다.
장시간 통화나 면담을 통해 다른 민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도 개선된다. 공무원은 민원인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장시간 통화를 지속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특히 욕설이나 협박을 한 민원인에 대해서는 통화를 즉시 종료할 수 있도록 규정이 명확히 마련됐다. 이는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민원인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법적 제재만을 담은 것이 아니다. 공무원 보호를 위한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요원 배치, 악성 민원인에 대한 퇴거 조치 및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 등 실질적인 보호책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심리적, 물리적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행안부 고기동 차관은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겪는 고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각 기관들이 공무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민원처리법 개정안은 악성 민원 문제로 고통받는 공무원들에게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 업무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무원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민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각 행정기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러한 법적 보호책을 실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