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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inseoul] 한국어는 선택이 아니라 내 운명이었다. 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4. 10. 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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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다.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어린 나. 아직 꿈이 뚜렷하지 않았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저 고등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외대에 입학할 생각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선생님과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외대에서 어떤 학과에 가고 싶니?” 선생님이 물으셨다. 영어 공부를 좋아했지만,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던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때 선생님이 “동양 언어를 공부해 보는 건 어때? 한국어도 괜찮을 것 같아. 잘하면 취직도 잘되고 돈도 충분히 벌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다. 그 말이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짓는 한국어 선택의 계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에게 낯설고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언어를 도전한다니?” 정말 설레고 떨렸다. 입학 준비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에 합격했다. 즐거운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고,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한국어와 나’. 4년의 학사 과정 동안 수많은 일이 있었고,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다. 다양한 한국어와 문화 대회에 출전하고, 한국 학생 및 교수님들과 봉사활동을 했으며, 문재인 대통령 방문 등 여러 행사에서 통역 활동을 했다. 또한 한국에서의 첫 어학 연수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어를 공부한 것뿐인데, 그로 인해 수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기회보다 더 값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많은 훌륭한 한국 분들을 만났다. 그럴 때마다 그분들 한 분 한 분에게서 인생의 명언을 들으며 점점 변화하게 되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통역 아르바이트를 나갔을 때,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업하시는 한국 분에게 들은 말인데, 그때는 어려서 그 말의 깊은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머릿속에 깊이 남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성장하면서 그 말이 얼마나 옳은 말인지 깨닫게 되었다.  

함께 사업하는 파트너, 사귀는 친구, 만나는 애인, 결혼할 인생의 동반자 등, 우리에게 가까운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한국어라는 새로운 언어에 도전한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의 길을 발견하고, 수많은 기회를 얻어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현재의 내 인생과 “나”라는 사람이 만족스럽고,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고등학생 시절, 담당 선생님과 그 대화가 없었고 한국어 학과에 입학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가 나를 선택해 준 나의 소중한 운명이라고 여긴다.

 


Kabilova Khusnora Halilovna
26세, 우즈베키스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한국어교육 전공으로 석사 과정 재학 중인 후스노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 먼 지방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의 응원 및 지원 덕분에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GKS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이후 ‘한국 유학 생활’이라는 제 인생의 새 챕터가 열렸습니다.

한국어는 저에게 단순한 진로뿐만이 아니라 저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통해 본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Instagram에서 ‘norainseoul’ 닉네임으로 한국어 및 한국생활에 대한 저만의 경험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고 1년 이상 중앙아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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