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과학자들이 올해 ‘미국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수상했다.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기반 약물을 개발한 이들은, 비만 치료를 둘러싼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들이 체중 감량에 성공한 비결로 널리 알려지면서, 이 약물은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비만을 단순한 외형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성과는 의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만은 현재 세계 인구 9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문제로, 미국 성인 인구의 40%, 유럽 성인의 25%가 비만 환자다. 비만은 각종 만성질환의 주범이지만, 운동과 식단 조절만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였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약 개발에 도전했으나, 그 과정은 험난했다. 그러나 GLP-1 기반 치료제는 체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해결하는 혁신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래스커상 수상자인 조엘 하베너 교수는 1970년대부터 당뇨병 연구에 몰두하며 GLP-1 발견의 단초를 마련했다. 그의 연구는 글루카곤 유전자 분리를 통해 인슐린 분비 메커니즘을 밝혀냈으며, 이후 GLP-1의 역할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한편, 스베틀라나 모이소브 교수는 GLP-1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합성 방법을 개발해, 해당 물질이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로테 비에레 크누센 연구원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반감기를 늘려 체내에서 오랫동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했다. 그 결과, 노보노디스크가 출시한 '리라글루타이드'는 당뇨병 치료제로, '삭센다'와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GLP-1 기반 약물의 성과는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GLP-1 계열 약물로 185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젭바운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 또한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한 이 연구자들은 단순히 치료제를 개발한 것을 넘어, 전 세계 의료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GLP-1은 인간의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 물질을 약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짧은 반감기를 극복해야 했고, 이를 해결한 것이 크누센 연구팀의 공로였다. 지방산을 GLP-1에 결합시켜 반감기를 13시간으로 늘린 리라글루타이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후 개발된 세마글루타이드는 그 효과를 한층 강화해, 비만과 당뇨 치료 모두에서 압도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번 래스커상 수상은 이들의 헌신적 연구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성과인지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특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다수가 래스커상 수상자라는 점에서, 이들이 차기 노벨상 수상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mRNA 백신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래스커상을 통해 그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으며, GLP-1의 개발자들 역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비만은 단순히 미용적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이번 GLP-1 연구와 그 성과는 비만과 싸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며,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