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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형의 세계여행] EP06. 케냐행 비행기를 결제했다.

[서성구] 성구형의 세계여행

by sisaimpact 2024. 8.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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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과 안락함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가는 55만원 짜리 티켓. 이 결정 하나에 무려 3일을 썼다.

다합에서 많은 일을 했다. 게스트 하우스 고치기, 시장 가서 장 보기, 한국 음식 만들어 먹기. 근교 여행, 무인도 하룻밤 등등. 이 모든 것에 바다와 수영, 기타와 노래,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행복하다. 근심걱정이 없다. 여기가 지상 낙원이 아닐까?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니까. 내가 쌓아온 이유를 잊어버리기까지, 3주면 충분했던 것 같다.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읽었다. 처음부터 어제 쓴 것까지. 대학생 때 운동하면서 기록했던 거, 졸업할 때 썼던 회고록. 입대 후 세상과 단절되며 얻은 깨달음, 회식 문화가 맞지 않아 스트레스받았던 거. 와중에, 전역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 

분명 순탄한 날들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흔들렸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좇고 있었다. 그 모습이 멋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 뚜렷하게 빛나는 느낌. 

그래, 나는 혼자 내던져야 한다. 고생을 마주해야 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애초에 안락한 생활이 목표였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했지 않나.

떠난다. 처음 정했던 그대로 간다. 생각은 힘이 없다. 온몸으로 부딪혀야 한다. 방구석에만 앉아 있기에, 지금의 내가 너무 아깝다.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집트 다합 1주 차. 적응이 필요했다. 여행도 해야 하고, 스탭으로서 책임도 다해야 한다. 이 '책임'이라는 영역이 모호했다. '괜찮아, 다합이야'라는 게스트 하우스의 표어, 그리고 나. 서로가 딱 들어맞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7시에 일어나서, 8시까지 출근을 한다. 12시까지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쉰다. 다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 후 저녁을 먹는다. 이후엔 운동을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다 자정쯤 잠이 든다. 최근 2년 동안 한국에서 지켜왔던 나의 루틴이다. 

다합의 하루는 180도 달랐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오전 10시. 아침 6시부터 비춰온 햇볕이 집안을 조금씩 달구기 시작하면, 눈이 떠진다. 다 같이 일어나 밥을 먹고, 다 함께 수영을 하고, 밤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좋다. 이 또한 경험이다. 모든 일정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나는 스탭이니까!

그렇게 3주가 지났다. 이제서야 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에너지를 다 썼더라. 나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하루는 계획되어야 한다. 의미 없는 대화는 기피한다. 대표적으로… 다수와 함께하는 술자리!

처음 깨닫는 사실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똑같았다. 학창 시절, 대학교에 가서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맞지 않는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조금씩 쌓여왔나 보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화를 내다니! 

 


[소개글] 서성구는 만 27세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전역한 후, 2024년 7월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1,000만원의 예산으로 대륙별로 한 달씩, 총 1년 동안 각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쌓고 있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스탭, 봉사활동 등의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순례길 걷기, 마라톤 참가, 히말라야 트레킹 등 여러 챌린지에도 도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성구형의 세계여행'은 서성구의 모험과 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각 에피소드는 조금은 긴 글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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