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의 원전 건설 경쟁력을 설명했다. (출처: 뉴스1)
한국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서 유럽 원전 시장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컨소시엄이 체코 정부로부터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유럽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정부가 한수원 컨소시엄을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체코 정부는 추가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권도 한수원 컨소시엄에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수출 이후 15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체코 원전 총사업비는 1기당 약 12조원으로, 원전 4기를 모두 수주할 경우 최대 48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최종 계약은 내년 3월에 체결될 예정이다.
한수원 컨소시엄은 체코전력공사가 제출한 최종 입찰서 평가 보고서를 검토한 끝에 선정되었다. 이번 수주는 한국이 전체 건설 공정을 아우르는 ‘턴키’ 계약으로 원전 수출에 성공한 두 번째 사례다. 특히 체코 정부는 한국 원전의 건설 역량과 정해진 일정 안에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건설이 13년 지연되면서 신뢰를 잃었으나, 한국은 일정을 준수하며 신뢰를 쌓아왔다. 또한, 한국의 건설 단가는 프랑스의 60%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력도 이번 수주에 큰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원전 외교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체코 정부의 발표 직후 "팀 코리아가 함께 뛰어준 덕분에 이번 성과를 이뤄냈다"며 감사를 표했다.
팀 코리아는 2017년부터 체코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트레비치 아이스하키 팀을 후원하고, 코로나19 사태 때 현지 주민들에게 마스크 45만 장을 기증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들이 체코 정부의 신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이번 수주로 한국 원전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 한국의 원전 기술력이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았으며,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시장에서도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향후 15년 이상 국내 원전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원전 수주로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약화된 원전 인프라를 빠르게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있지만, 원전 생태계의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태다. 올해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신입생이 3명에 불과한 실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원전 산업을 미래 성장 엔진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인식 전환 또한 매우 필요하다.
현재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요청한 원전 관련 예산조차 크게 삭감되었고, 여당도 원전 강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특별법 통과에도 소극적이다.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어렵사리 찾아온 대한민국의 경제성장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