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고성과 비난이 오가며 파행을 거듭했다. 방청석에는 초등학생 20여 명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본회의장은 “야당 탄압”, “정치 보복”과 같은 공세와 “전한길 정당”, “내란 정당”이라는 맞대응 구호로 가득 찼다.
연설이 끝난 직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과 고함으로만 얼룩진 모습이었다”며 “본회의장의 초등학생과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보았을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설을 지켜본 학생들 중 일부는 작은 한숨과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송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혼용무도였다”고 규정하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기업 단두대법”이라 비판했다. 검찰개혁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위’ 구성, 재정개혁특위 설치 등 제안도 내놨지만, 앞선 거친 발언에 묻혀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설 직후 “협치를 하자면서 협박만 있었다”며 “무슨 반공 웅변대회 같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첩에 “협치를 하자면서 협박을, 연설은 하지 않고 시위를”이라고 적으며 송 원내대표의 태도를 꼬집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불과 이틀 전 여야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는데, 오늘 연설은 대화 노력을 외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전날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강대강으로 충돌하며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회의 메시지는 국민을 향한 정책 제안보다 상대 진영을 향한 고성에 묻혔고, 방청석의 어린 학생들 앞에서조차 성숙한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