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아들의 생일잔치 도중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단순 살인을 넘어 다중 살인 시도 여부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자 유족은 "피의자가 잔치에 동석한 가족 전체를 겨냥한 무차별 살인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사건의 성격이 단순한 가정불화를 넘어선 계획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사건은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에서 발생했다. 피의자 B(63)씨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아들 A(33)씨가 차린 잔치 도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사제 총기를 들고 돌아와 아들의 가슴에 산탄 2발을 발사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의 부인과 자녀 2명, 지인도 함께 있었다.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B씨가 단순히 아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족은 "총기의 고장으로 일부 범행이 미수에 그쳤으며, 며느리와 아이들 또한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가 며느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쫓고, 아이들이 숨어 있는 방문을 열려 시도하며 위협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유튜브에서 총기 제작 방법을 배웠다고 진술했으며, 탄환은 과거에 타인으로부터 구입했다고 밝혔다. B씨가 사용한 무기는 파이프 형태의 사제 산탄총으로, 내부에 쇠구슬을 담은 탄환 2발이 사용됐다. 범행 직후 B씨는 서울 도봉구 자택으로 이동했으며, 경찰은 이날 0시 20분께 그를 체포해 인천으로 압송했다.
경찰은 B씨의 차량과 자택 수색 과정에서 총기 부품과 탄환, 다수의 사제 폭발물을 추가로 확보했다. 특히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병, 점화장치, 타이머 등이 장착된 폭발물 15개가 발견됐으며, 일부는 사건 다음 날인 21일 정오에 폭발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이 사전에 계획된 범죄였음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유족 및 현장 목격자의 진술에 따라 다중 살인 계획 여부를 면밀히 수사 중이다. 국과수에 사제 총기를 보내 분석을 의뢰한 한편, 범행 동기와 경위 파악을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한편 유족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가정불화’로 몰아가는 일부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피해자가 피의자의 이혼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며, “가정불화에 따른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유족의 2차 피해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B씨의 추가 범행 의도 및 사제 총기·폭발물 제작 경로, 신병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사건의 전모를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