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청년 고용 문제가 단순한 구직 의욕 부족이나 개인 역량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일자리 부족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만 19~34세의 미취업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구직 중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50.4%)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30.0%)과 "경력 위주의 채용 구조"(20.4%)가 꼽혔다.
자료: 한경협
현재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들 역시 단순한 휴식이나 시험 준비 때문만은 아니다. ‘적합한 일자리 부족’(17.3%)과 ‘과도한 스펙 및 경력 요구’(13.8%)가 비자발적인 구직 포기의 배경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년층이 시장에 진입조차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꼽은 조건은 ‘급여 수준’(31.8%), ‘고용 안정성’(17.9%), ‘일과 삶의 균형’(17.4%) 등으로, 단지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을 바라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76.4%는 한국 사회에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답했고,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도 3명 중 1명꼴이었다.
자료: 한경협
구직의 어려움은 생활의 질과 직결된다. 청년들이 겪는 가장 큰 생활상의 어려움은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고민’(24.4%)과 ‘우울감·무기력감 등 심리적 불안정’(21.2%)으로,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심리·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3.86점(10점 만점)에 불과하다.
응답자들은 현재 일할 의향이 있는 최소 연봉 수준으로 평균 3468만 원을 제시했다. 이는 고졸 이하(3227만 원)보다 대졸 이상(3622만 원)에서 다소 높았지만, 학력에 따른 희망 급여 차는 크지 않았다. 이는 고학력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자료: 한경협
정책적 해결 방안으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가 32.7%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경제적 지원’(18.2%), ‘실무 경험 기회 확대’(16.0%) 등의 순으로 나타나, 청년들은 단순한 정보 제공보다 실제적인 구조 변화와 직접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청년 고용 문제를 개인의 나태함이나 준비 부족으로 치부하는 시각에 근본적인 반론을 제기한다. 청년들은 의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발 딛을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은 구조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냥 쉴래요"라는 말 뒤에는, 노력해도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의 절망과 체념이 숨어 있다. 이들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구호보다 실질적이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