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대낮에 장난감 물총을 이용해 은행 강도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구속되었다. 이 남성은 오랜 기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2단독은 11일 강도미수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오전 10시 58분경 기장군의 한 은행에 들어가 털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검정 비닐봉지를 씌운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을 진짜 권총인 것처럼 위장해 사용했다.
그는 은행 내 고객과 직원 10여 명에게 모두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며, 한 직원에게 여행용 가방에 5만원권 지폐를 모두 담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가 다른 곳을 보는 사이 한 시민이 그의 총을 잡고 몸싸움을 벌였고, 이어 은행 직원들이 합세해 A씨를 제압한 뒤 경찰에 넘겼다.
A씨는 5년 전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고향인 부산으로 이주해 작은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한 뒤, 취직 시도도 번번이 실패하며 오랜 기간 직업 없이 생활해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과금을 내지 못해 오피스텔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그는, 전처의 집에서 생활하던 중 사건 당일 8세 아들의 장난감 물총을 가지고 나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에게 필요한 것이 많고 생활이 계속 어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