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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객이 억울한 이유, 에어부산이 답해야 한다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5. 2. 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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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를 둘러싸고 승객과 항공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은 승객들이다. 항공사는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승객들은 “승무원의 지시도, 안내 방송도 없었다”며 불안과 공포 속에서 스스로 탈출해야 했다고 말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가?

비상구 좌석에 앉은 승객이 자발적으로 문을 열어 탈출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비상구는 기장이나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개방해야 하지만, 문제는 승무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시도 없이 비상구 앞에 앉은 승객이 가만히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뒷좌석에서 "비행기가 다 탔다"고 외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면, 승객이 스스로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비난받을 일인가?

비슷한 사례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있었고, 그 지시를 따른 승객들은 대피 기회를 잃고 희생되었다. 항공사 측이 승객들에게 적극적인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이는 무책임한 태도다. 게다가 비상구 좌석은 비상 상황 시 승무원을 도울 책임이 있는 자리인데, 정작 승무원의 지시는 없었다. 그렇다면 승객들은 대체 어떻게 행동해야 했단 말인가?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 발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기내 반입 규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평소 승객들에게 배터리를 몸에 지니도록 권고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강제성이 없는 수준에 그친다.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의 자발적 대처만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비상구 개방이 적절했는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승객들이 왜 그 순간 비상구를 열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책임져야 할 항공사가, 오히려 승객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승객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했던 그 순간보다 더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이제는 항공사와 당국이 이에 대해 답할 차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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