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표류하고 있다. 국가를 책임져야 할 지도자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권력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만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호랑이가 떠난 산에 여우들만 가득하다"는 말이 이보다 더 적확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과 구속으로 권좌에서 내려온 뒤 보수 진영은 급격한 리더십 공백에 빠졌다. 윤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역량을 떠나, 최소한의 원칙과 가치를 유지하려는 힘이라도 존재했던 보수 정당은 이제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부재 속에서 분열과 무기력에 빠졌고, 보수층의 결집력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때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의 정신적 유산마저 퇴색하고 있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 운동이 확산했다는 점이 고무적일 따름이다.
반면, 정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윤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며 정권을 거머쥔 이재명 대표는,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비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숙청과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방탄 정치, 상대 진영을 무너뜨리는 데만 집중하는 전투적 행보는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민생을 살리겠다"는 외침은 공허하고, "새로운 국가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가 권력을 거머쥔 것까지는 참아줄 수 있어도, 그가 국가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갖췄는지는 회의적이다.
여야 모두 실망스럽다면, 국민은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중도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탄핵 정국에서 여당 심판론이 강하게 일었지만, 곧이어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흐름이 생겨났다. 다시 윤 대통령의 구속과 서울서부지법 충돌 사태가 벌어지면서 보수층의 과격한 움직임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여론은 또다시 출렁였다. 이 같은 민심의 변동성은 단순한 진영 대결이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도층의 태도이다. 이들은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사안별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민주당이 과하게 나가면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보수 진영이 극단적으로 흐르면 다시 야당을 견제하는 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균형감각이 '차선의 선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소위 "덜 나쁜" 정당을 골라야 하는 현실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는 정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도자의 부재는 국가의 방향을 잃게 만든다. 탄핵 정국 이후 대한민국은 길을 잃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없다. 정치권은 서로를 향한 공격에만 몰두한 채, 정작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비전과 철학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다.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는 국민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하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 대한민국은 방향을 잃었고, 국민은 점점 더 깊은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호랑이가 떠난 산"에는 이제 더 이상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그나마 덜 싫은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인가. 정치권은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누구인지, 그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