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재명 대표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이 대표는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라며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또한 “현재 (한일)양국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셰셰' 하면 된다"는 과거 발언을 두고 "실용적 외교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외교 철학이 실용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과 달리, 일각에서는 그의 잦은 입장 번복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는 과거 일본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인터뷰에서 이대표는 과거 일본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으나, 이후 "일본인의 근면함과 예의에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 친화적인 태도를 비췄다. 또한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 외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복종하는 태도"라고 비판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외교에 대한 입장 변화도 논란이다. 지난해 총선 유세 당시 "중국에는 그냥 '셰셰' 하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이번 인터뷰에서는 "실용적인 외교를 강조한 것이며, 국익을 해칠 정도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는 중국을 향한 태도를 모호하게 만들 뿐 아니라,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앞선 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나치게 복종하는 태도"라고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자신이 하면 '실용외교'라는 식의 태도는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한편, 같은 시기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오는 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 확대를 제안하는 등 경제적 실익을 고려한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확장억제 강화, 센카쿠 제도 방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실리 외교와 비교했을 때, 이재명 대표의 '실용 외교'는 구체적인 전략 없이 말만 바뀌는 모습으로 보인다.
외교 무대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지도자가 말과 행동에 일관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협상력과 국가의 외교적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실용주의'가 실제 외교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또 다른 '말 바꾸기'로 남을지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