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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의 스토킹 살인사건: 반복되는 비극, 어디서 막을 것인가

사설·칼럼·인터뷰

by 시사 IMPACT 2025. 1. 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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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은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공격하려 한 서동하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발생했으며, 예방의 부재가 반복적인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미 스토킹 살인사건의 전말

 

2024년 11월 8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에서 서동하(30)는 헤어진 여자친구 A씨를 55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당시 그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 모친과 함께 현관으로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갔다. 말다툼 끝에 준비해온 흉기를 휘둘렀고,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검찰은 서동하에게 사형과 전자장치 부착 30년, 보호관찰 명령을 구형하며 사건의 잔혹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범행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이후 벌어진 것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가해자의 계획적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운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교훈

 

서동하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스토킹 살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첫 사례가 아니다. 2021년 김병찬 사건은 전 연인을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비극으로, 당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김병찬은 전 여자친구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다 결국 그녀를 살해했고, 신변보호의 미흡함이 지적되었다. 이 사건은 젠더 갈등과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며 본질을 흐렸지만,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에는 이재명 당시 변호사의 조카 김대용이 암사동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김대용은 피해자의 부모가 교제를 반대하자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결국 칼과 테이프 등 도구를 준비해 모녀를 살해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까지 중상을 입혔다. 이 사건에서도 경찰의 신변보호 실패가 비판받았다.

 

 

스토킹 범죄의 구조적 문제

 

스토킹 범죄는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다. 피해자 보호의 제도적 미비, 스토킹을 경미한 위협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 법적 처벌의 약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비극을 낳는다. 서동하 사건과 같은 계획적 살인이 반복되는 이유는 스토킹 범죄가 초기에 단호히 대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며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법률의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신변보호 요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거나, 경찰 인력 부족으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안과 과제

 

첫째, 스토킹 범죄의 초기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 즉시 강력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와 가해자 간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경찰과 사법 당국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력과 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피해자의 요청을 소홀히 여기는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셋째, 스토킹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교육이 필요하다. 젠더 갈등,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스토킹이 심화되기 쉽다. 가해자의 행동이 초기에 위험 신호로 인식되고, 법적으로 규제될 수 있도록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구미 스토킹 살인사건은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외면되고, 제도가 그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할 때, 사회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러한 비극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구조적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해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단지 법적 책임이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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