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가다가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마주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사람 들에게 있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인식을 가진, 비둘기다. 실제로 비둘기는 2009년 에 환경부로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비둘기를 검색해 보기만 해도 비둘기 퇴치, 에어컨 실외기 비둘기 퇴치망, 비둘기 유해 동물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의 연관검색어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위생적이지 못하고,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비둘기는 생각지 못한 비밀이 많다. 어떤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지, 비둘기에 대해 알아본다.
‘비둘기다,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만큼, ‘이 동물’이 비둘기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우리가 많이 본 비둘기와 비슷한 듯, 달라 보이는 ‘이 동물’의 정체는 ‘멧 비둘기’다. ‘산 비둘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우리나라 토종 비둘기다.
양비둘기(낭비둘기), 염주비둘기, 흑비둘기, 녹색비둘기와 함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멧비둘기
꿩이 아닌지 의심될 만큼,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에서 매우 흔한 야생 비둘기이자,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는 텃새이기도 하다. 곤충 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주로 먹는 다른 비둘기들과 달리, 멧비둘기는 씨앗을 주 식으로 먹는다.
안타까운 사실은, 먹이가 부족해서 도심으로 내려오는 멧비둘기가 많다는 점이다. 흔히 보이는 ‘집비둘기’처럼,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신세가 된 것이다. 원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큰 멧비둘기의 특성을 떠올려 보면, 그 심각성이 더 와닿는다. 부쩍 멧비둘기가 많이 보이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성장해서 둥지를 떠나는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로 발견되는 멧비둘기도 있 다. 이런 경우, 반려 비둘기가 되기도 한다. 본래 가지고 있는 날렵함과 야생성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이 돼가는 중이다.
그동안 몰랐던, 비둘기의 ‘낯선 모습’
도심 한복판의 집비둘기. 여유롭게 물을 먹기도 하고, 고양이가 식빵 자세를 한 것처럼 앉아 있기도 한다.
사람에게 비둘기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보는 새’일 것이다. ‘비둘기’를 생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비둘기’ 때문만이 아니다. 어쩌면 수 백가지의 비둘기 중 한 비둘기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에서만 5종, 전 세계에는 최소 200종 이상의 비둘기가 살고 있다. ‘예쁜 새’로만 보이는 비둘기가 있는가 하면, 가장 친숙한 ‘집비둘기’도 있다. 놀라운 비밀 은, 대부분의 비둘기들이 ‘집비둘기’로부터 개량되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편지를 전해줬던 새가 비둘기였다는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서구’라는 비둘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비둘기 자체가, 본디 살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귀 소본능’이 뛰어난 동물이다. 굉장히 똑똑해서, 비둘기는 ‘기억’으로 특정 장소를 되돌 아오곤 한다. 주변 환경을 기억했다가 길을 되짚을 때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비둘기는 먹성도 아주 좋은 동물이다. 남다른 먹성의 이유를 따라가 보면, ‘소낭 유’라고도 불리는, ‘피존 밀크(Pigeon Milk)’가 있다. 비둘기가 어릴 때 먹는 꾸덕꾸 덕한 형태의 젖이다. 먹은 음식을 반쯤 소화시킨 후에 다시 토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므로, 액체의 느낌이 독특하다. 이 피존 밀크는 비둘기 입안의 모이주머니 속에 보관됐다가, 어린 비둘기가 깃털이 나기 전까지 먹는 주식이다. 모이주머니는 암수 구별 없이 모든 비둘기에게 있고, 피존 밀크 역시 비둘기라면 모두 만들 수 있다.
물먹는 방식도 남다르다. 물을 머금은 후에 목뒤로 흘려 마시는 대부분의 새들과 달리, 비둘기는 머리를 땅에 대고 물을 마신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열심히 물을 쪽 쪽 빨아먹는 비둘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식물 쪼기에만 바빠 보이고, 사람이 다가가도 비키지 않던 비둘기에게는 이런 의외의 이야기들이 있다. 길고양이의 밥을 뺏어 먹고, 농사를 방해하고, 실외기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을 난감하게 하기도 하지만, 알수록 궁금하고 흥미로운 동물이 ‘비둘기’이기도 하다. 골칫덩어리로 낙인찍기보다, 비둘기의 똑똑하고 귀여운 모습을 바라본다면 비둘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쫓아내고, 미워하기보단 감싸 안아주고, 이해하면서 비둘기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소개글] 초코송이(필명)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하는 작가입니다.
자원봉사로 사회에 기여하며, 취미활동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또한,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