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일본에서 치아 재생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연구진이 개발 중인 치아 재생 약물이 임상 시험 단계에 접어들며, 치아 상실로 고통받는 노인들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토대학병원은 지난 2024년 9월부터 치아 재생 약물의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 약물은 'USAG-1'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여 치아 성장을 촉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USAG-1은 치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BMP(뼈형성 단백질)와 Wnt 신호를 억제하는데, 이를 차단함으로써 새로운 치아가 자라도록 유도한다.
초기 임상 시험에서는 30~64세 성인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이후 선천적으로 치아가 부족한 2~7세 아동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성공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치아 재생 기술은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사회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노인들의 구강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1989년부터 "8020 캠페인"을 추진해왔다. 이는 80세까지 최소 20개의 자연 치아를 유지하자는 목표로, 2016년 기준 달성률이 51.2%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노인이 틀니나 임플란트에 의존하고 있어 불편함과 비용 부담이 크다.
치아 재생 약물이 상용화되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1. 틀니와 임플란트 대체: 유지 관리가 어려운 기존 보철물을 대체하여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2. 전신 건강 개선: 구강 건강은 폐렴 등 노인성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자연 치아 회복은 전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 사회적 비용 절감: 구강 건강 개선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교토대 연구팀의 다카하시 가츠 박사는 "사람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철저한 검증과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든버러대학의 의료 윤리 전문가 데이비드 오브리는 "줄기세포 활용 방식이나 예기치 않은 부작용 가능성 등 윤리적·과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아 재생 기술은 단순히 구강 건강을 넘어 노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의료계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