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농부 영철은 평소처럼 밭에서 수확을 마치고 있었다. 그는 수박 하나를 들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수박들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으며, 표면에는 마치 글씨처럼 보이는 희미한 금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금이 이어져 "도망쳐라"라는 글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영철은 그저 웃어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생각을 떨치고 수박을 집으로 가져와 가족들과 함께 먹기로 했다.
저녁, 가족들이 둘러앉아 수박을 자르기 시작했다. 칼이 수박을 가르자마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안에서 맑고 높은 음의 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영철과 가족들은 놀라 멈췄다.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없었다.
소리가 멈추자마자 아이들이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입을 먹은 둘째 아들이 갑자기 입을 틀어막고 외쳤다.
"아빠, 이 수박 안에 누군가 있어요!"
영철은 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수박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작고 희미한 얼굴 같은 형상이 보였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었지만 수박 안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 듯 보였다. 가족들은 공포에 질려 수박을 치우려 했지만, 그 순간 수박 안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내 집을 부수는 거야..."
영철은 순간 겁에 질렸지만 용기를 내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왜 수박 속에 있습니까?"
목소리는 대답 대신 수박 껍질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있게 한 건 바로 너야. 잊었니?"
영철은 과거 농사를 지으며 실수로 저지른 일을 떠올렸다. 몇 년 전, 밭을 넓히기 위해 오래된 무덤 근처를 무단으로 파헤쳤던 일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아무 일도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 후로 농작물에 이상한 일이 생기곤 했다.
수박 속 목소리는 다시 한번 말했다.
"너는 내 안식처를 빼앗았어. 이제 네 차례야."
그 순간 수박이 터지며 검은 안개가 방 안을 뒤덮었다. 영철과 가족은 정신을 잃었고, 이튿날 아침 깨어났을 때 수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이후로 영철의 밭에서는 더 이상 수박이 자라지 않았다. 그는 그날 밤의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매년 여름이면 어디선가 수박 껍질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개글] 초코송이(필명)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깊이를 더하는 작가입니다.
자원봉사로 사회에 기여하며, 취미활동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또한,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글을 써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