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한 달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한국 음식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가 먹는 것에 진심인 만큼, 한국인들 못지않게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한식 경험
학부 1학년 때 처음으로 한식을 접했는데,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한식이 너무 좋아서 울 뻔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완전히 반대였다. 강하게 느껴졌던 냄새, 처음 경험하는 낯선 맛,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매운맛까지 더해져서 한식은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내가 한국에 가서 뭘 먹고 살지? 굶을 수는 없는데. 아니면 그냥 안 가는 게 나을까?’였다. 현지 식당에 비해 비싼 한식당의 가격을 계산하며, 차라리 이 돈으로 우즈벡식 구운 고기를 먹으러 갔으면 좋았겠다고 친구에게 말하기도 했다. 결국 배도 채우지 못한 채 첫 한식 경험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인 선생님께서 김밥 만들기 체험을 해보자고 권유하셨다. 학과 선생님 몇 분과 1학년 학생들이 함께 모여 김밥을 만들었다. 김, 밥, 야채 등 모든 재료가 준비됐고, 처음으로 나만의 김밥을 말았다. 별 기대 없이 먹어봤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맛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해서 재미도 더했다. 그렇게 조금씩 한식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한국인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불고기, 한국인 봉사단과 함께 만든 잡채와 육개장, 수업 시간에 퀴즈로 받은 약과 등을 먹으며 점차 내 입맛에 맞는 한식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한국 유학 생활과 한식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많이 알게 되어 하늘만큼 기뻤다. 이제 한국에서 먹는 것에 대한 걱정 없이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한식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 유학 생활을 계기로, 외국인들이 잘 알지 못하고 한국어 교재에서도 본 적 없는 수많은 한국 음식, 음료, 과자 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특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친절한 동료들 덕분에 진정한 맛집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 한국 음식 중에는 닭도리탕, 수제비, 바지락 칼국수, 쭈꾸미볶음, 감자옹심이 등이 있다. 식혜, 대추차, 국화차 같은 음료는 맛과 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아서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간식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특히 잘 먹는 것은 모든 종류의 떡과 깨강정, 쌀과자 등이다.
한식을 경험하며 신기했던 점도 있다. 원래는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는데, 지금은 떡볶이와 쭈꾸미볶음 같은 매운 요리도 매우 잘 먹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더운 여름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시게 되고,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쓴맛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놀라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다.
천국 같은 맛 조합 소개
이야기의 주요 부분이 남아 있군요. 이제부터 나만의 천국 같은 맛의 조합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우즈베키스탄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플로브가 있다. 이 요리를 배추김치나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이보다 더 맛있는 조합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요리로 슈르파라는 우즈벡식 갈비탕이 있는데, 이 수프 국물에 김을 넣어 먹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매력적이다.
이렇게 한국 음식과 우즈벡 음식이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더 다양한 맛의 조합을 시도해보고 싶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한식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도 더욱 커지고, 한국이 더 이상 타지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 기쁘다.
Kabilova Khusnora Halilovna 26세, 우즈베키스탄
한국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한국어교육 전공으로 석사 과정 재학 중인 후스노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 먼 지방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의 응원 및 지원 덕분에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GKS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이후 ‘한국 유학 생활’이라는 제 인생의 새 챕터가 열렸습니다.
한국어는 저에게 단순한 진로뿐만이 아니라 저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를 통해 본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Instagram에서 ‘norainseoul’ 닉네임으로 한국어 및 한국생활에 대한 저만의 경험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고 1년 이상 중앙아시아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