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핸드폰으로 걸려 오는 소리가 무서워졌다. 만나서 대화보다는 전화가 편하고, 전화보다는 카톡이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전화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는 않았다. 가장 빠르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단인 전화를 우리는 왜 멀리하게 된 걸까.
첫째, 기성세대 보다 우리는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에 더 익숙해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있거나 보급이 되어 있는 세상에서 자라나면서 메일, 행아웃, 라인, x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이용해 왔다. 즉, 전화 통화를 충분히 많이 이용하지 않았기에 전화를 효과적인 대인 채널로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전화를 피하고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안전'에 집중해보았다. 우리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카카오톡은 전화 통화에 비하면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그렇지만 전화 통화는 상대방에게서 어떤 이야기, 무슨 반응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순간 내가 최선의 대답을 하고자 할 때는 찰나의 정적을 견디고 얘기해야 한다.그런데 그 정적을 우리는 불안전하다고 느낀다. 실제로 ‘알바천국’은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소통 방식’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콜 포비아를 호소하는 Z세대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66.3%·복수 응답)’을 꼽았다. 그 외에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62.2%) ▲문자, 메시지 등 비대면 소통이 편해서(46.5%) 등을 꼽았다.
셋째, 통화를 효율적이지 않다고 여긴다.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상황과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거나 중요한 약속으로 인해서 전화가 어려운 상황일 때 굳이 전화로 해야만 하는 긴급한 이야기가 아닌 이상, 문자를 더 선호한다. 그리고 전화 통화 시 전화에만 집중해야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생각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유동적으로 쓰지 못하는 점도 크다.
콜포비아에 대해서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사회가 이런 불안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이해하고 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콜포비아와 같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사회의 증후군들은 모두의 문제이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해버리면, 콜포비아 같은 증후군은 더 큰 문제를 만들어서 우리 사회를 집어 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