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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무원 보호 강화, 서민 민원권 침해에 대한 대책은?

사설·칼럼·인터뷰

by sisaimpact 2024. 10. 2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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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강화된 것은 분명히 악성 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 공무원들이 욕설, 성희롱, 반복된 무리한 요구로부터 보호받고, 행정 업무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뒷면에는 항상 우려가 따른다. 특히 이번 법안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공무원의 재량권 남용, 악성 민원 남발의 또 다른 문제

이번 개정안에서 공무원에게 부여된 권한이 강력해진 만큼,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공무원이 단순히 귀찮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민원에 대해 악성 민원으로 분류하고 종결 처리를 할 경우, 서민들이 정당한 민원을 제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공무원이 불편하거나 불쾌한 민원을 악성 민원으로 둔갑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리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공무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해 "반복 민원" 혹은 "욕설이 포함된 민원"이라고 주장하면, 그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반박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시스템적으로도 공무원이 먼저 주도권을 가지게 되고,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해당 민원이 잘못 처리되었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더 소모되고 번거로운 절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정당한 권리, 더욱 취약해질 우려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서민들이나 약자들이 억울함을 입증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사람들은 민원 제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공무원과 대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나누기 어렵다는 현실에서, 공무원이 강한 권한을 가질 경우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몇 안 되는 권리 중 하나이다. 만약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악성 민원"으로 몰아가는 경우, 약자들은 그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묻히고 억울함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악성 민원과 정당한 민원 사이의 경계

개정안에서 공무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강화된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민원인이 공무원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악성 민원’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욕설이나 반복된 민원이 아니라면, 민원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법이 악용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행정을 운영해야 한다.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 민원인의 입장을 공정하게 고려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악성 민원을 판단하는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신뢰 회복이 관건

이번 개정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그 기초는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다. 공무원이 민원인을 악성 민원으로 낙인찍지 않고, 성실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는 일정 부분 약화되어 있는 상태다. 부정부패 사건이나 불친절한 민원 응대 등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공무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공무원 보호와 서민 권리 보호, 두 축의 균형이 중요

공무원을 보호하는 법안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서민들의 정당한 민원이 묵살되거나, 공무원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법안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민원 처리 과정의 투명성 강화, 그리고 공정한 민원 처리 시스템을 통해 서민들이 억울함을 입증할 수 있는 여건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의 보호와 서민의 권리 보호, 두 가지 모두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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