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정보 유출·불법체포·수사서류 조작 등 사례 이어져
경찰 수사능력 ‘신뢰’ 38.7%…정부, 상피제·민간 감찰기구 등 추진

검찰의 수사권 축소와 경찰의 수사 권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 수사정보 유출과 불법체포, 수사서류 조작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순환인사와 상피제, 외부 감찰기구 설치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경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펜앤마이크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찰 수사 능력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38.7%,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0%였다. 조사는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전체 응답률은 2.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경찰 내부 비위와 관련한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남부지검은 현직 경찰관 A씨를 직권남용체포와 공전자기록등위작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경찰서에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밖으로 유인해 불법 긴급체포한 뒤, 탐문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내용으로 수사서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대구에서는 현직 경찰관의 음주운전 사건과 관련해 수사정보가 경찰 내부 인맥을 통해 사건 당사자 측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지난 7일 대구수성경찰서와 대구경찰청, 고산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사고를 낸 대구경찰청 소속 A경사는 사고 후 현장을 벗어나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A경사의 지인인 고산지구대장 B씨가 수성경찰서 수사팀 소속 C경사에게 수사 정보를 문의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두 사람은 사흘 동안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C경사는 직위해제됐고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경사도 직위해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수사정보 유출 혐의로 구속된 사례도 자료에 포함됐다. 해당 수사팀장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고소인의 남편으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고 사건을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전북에서는 현직 경감이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아들의 휴대전화를 파손해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수사정보 유출 등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경감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검찰청 집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의 직무 관련 범죄 기소 건수는 2021년 26건, 2022년 19건, 2023년 21건, 2024년 24건, 2025년 66건으로 집계됐다. 2026년에는 상반기에 13건이 집계됐다. 직무 관련 범죄에는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독직폭행, 뇌물, 횡령·배임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사건 관계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찰 내부에 수사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사 지연이나 위법·부당한 수사에 대해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를 외부에서 조사·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경찰 출신이 아닌 민간 조사관 100여 명을 배치해 인권침해와 불공정 수사, 수사 비위 등을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찰청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이행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사건 관계인이 수사의 적법성과 적정성에 대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경찰수사심의위원회를 법률로 설치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여성·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은 별도 소위원회를 통해 심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경찰관의 친인척이나 배우자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상피제와 순환인사 확대도 추진된다. 윤 장관은 전수조사 결과 사건 관계인이 경찰관의 배우자나 친인척인 사건 197건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44건을 다른 관서로 이송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11일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 ‘순환전보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게시하고 전 직원의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설문은 오는 21일까지 진행되며 순환인사제에 대한 견해와 현행 제도에 대한 평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개선할 인사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계급과 재직 기간, 연령대, 성별, 근무 기능, 순환 전보 경험 횟수, 소속 기관 등을 선택하도록 했다.
다만 해당 설문은 경찰관 신분을 별도로 인증하는 절차 없이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측은 경찰관이 아닌 사람의 참여를 차단할 장치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순환인사제 확대 찬반을 직접 묻는 객관식 문항이 없고 주관식 답변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찰청 본청에 내부비리수사대를 설치하고 민간 개방직 인권감사관이 수사 부서를 감찰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낮은 간부의 보직을 제한하고 비위 경찰관을 수사 부서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편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관련 법률이 시행되는 오는 10월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며, 경찰·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개편안에는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한 뒤 3개월 이내에 송치 또는 송부하도록 하는 내용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와 자료를 전자화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보관하는 내용, 사건별 담당 경찰관과 검사를 지정하는 내용, 범죄 유형별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정부와 여당은 경찰의 부실수사와 증거 누락 등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범죄 현장과 압수수색 현장에서의 바디캠 착용 의무화와 전건송치 제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은 지난달 30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정부는 경찰 내부 비위와 수사 공정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순환인사, 상피제, 민간 조사기구, 경찰수사심의위원회 등의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와 별도로 순환인사제에 대한 전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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