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결사대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자 국내에서는 반중 시위와 과격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극단적 집회에서는 “반중멸공” 구호가 터져 나오고, 심지어 범죄 예고성 협박 글까지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사회 불만 표출을 넘어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한 징후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관광객 안전 보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사실 이번 조치는 상호주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우리 정부도 이에 화답한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무비자 정책은 회복이 더딘 내수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천만 해도 외국인 소비액의 3분의 1이 중국인 관광객 몫이었다. 교류의 불씨를 살려내야 할 시점에 혐오와 선동이 교차하는 것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무비자를 통해 한국을 향해 손을 뻗는 이유는 단순한 관광 유치 차원을 넘어선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지정학적, 문화적 전략 요충지다. 한류가 중국 내부의 민주화 열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한반도에 대한 역사·문화 공정이 진행되는 배경도 결국 중국이 한국을 잠재적 경쟁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경계심은 이성적 외교 전략과 안보 태세 강화로 대응해야지, 막연한 혐오와 범죄적 언사로 표출돼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가 지금 시험받는 것은 단순히 관광 정책이 아니다. 미·중 경쟁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외교적 균형감각을 지킬 수 있는가, 중국의 손길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무비자 갈등이 증오와 분열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그 피해자는 국민경제와 외교적 입지일 수밖에 없다. 국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극단적 언사”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과 책임 있는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