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교사의 생명까지 위협받는 교권…제도적 개혁 더는 미룰 수 없다

교육·청소년

by sisaimpact 2025. 6. 17. 09:21

본문

6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5년 6월 14일, 서울 정부청사 앞은 검은 옷을 입은 1만여 명의 교사들로 가득 찼다. 교단에 선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단 하나, “더는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서이초 사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전국 교원 집회는,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주 중학교 교사의 죽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번 집회의 본질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교권 붕괴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제기였다. 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등 교원 3대 단체가 공동 주최한 이 집회에는 전국 92개 교원단체·노조가 함께했다. 이들은 제주 교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교사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현장 발언은 참혹했다. 초등 과학 수업 중 학생이 면도날로 교과서를 찢자 “하지 말라”고 제지한 교사가 ‘목소리가 커 공포심을 줬다’는 이유로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는 증언. 학생이 행인에게 돌을 던져 이를 막은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사례. 몇 년간 방치된 우산을 폐기한 교사가 ‘재산 훼손’ 가해자로 몰려 지속적 협박 문자를 받은 이야기까지. 교육현장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전북 전주의 한 교사는 개학 첫날부터 교실에 무단 침입한 학부모가 “교사가 한 말은 모두 개소리”라고 하며 “개를 끌고 교권보호위원회에 가겠다”고 막말을 퍼부은 일화를 공개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며 공분을 샀던 바로 그 사례다.

 

교사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정서학대 조항의 모호성 때문에 정당한 훈육마저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 강주호 회장은 “지금 교실에서는 교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훈육의 한 수난이 아동학대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온다”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법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제주 교사의 아내는 편지를 통해 “학생을 바로잡으려 한 일이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을까요”라며 고인의 억울함을 전했다. 고인은 장애가 있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누구보다 학생을 이해하려 애썼고, 끝까지 잡아보려 했다. 그러나 학생 가족의 민원과 고립된 대응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는 것이 유족의 증언이다.

 

집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도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법안 개정에 힘쓸 것을 약속했지만, 교사들은 반복되는 약속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원 3단체는 ▲민원창구 일원화와 온라인 시스템 도입 ▲악성 민원에 대한 즉각적 고소·고발 체계 ▲학교안전법 개정 ▲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 사회를 바꾸는 힘! 시사 IMPACT

sisaimpact2024@daum.net
sisaimpact@kakao.com

Copyright © 시사 IMPAC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