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제도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민간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반면, 한국은행은 금융안정성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1일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열고, 차분한 논의를 통해 무분별한 도입에 제동을 거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로, 비은행 기관이 발행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오는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다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한은의 입장은 최근 정부 인사와 정치권의 적극적 움직임과 대조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과거 블록체인 싱크탱크에서 은행 외 민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한국형 구조’를 제시한 바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뒤처질 경우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며 조기 진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책 기대감은 곧바로 시장 반응으로 이어졌다. 카카오페이는 9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한국정보인증, 다날, 우리기술투자 등 관련주도 투자자 관심을 받았다. 하나증권은 10일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오늘의 테마’로 지목하며 정책 수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제도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다수의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조율이 선행돼야 하며, 이에 따라 연내 실질적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국가 통화체계와 금융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분석한 뒤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론화 과정이 그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